4대째 맥 잇는 제주 전통주
제주고소리술익는집 문화축제
23일 개최…농식품부·도 후원
국내 첫 증류식 소주 전래 지역
제주도 '찾아가는 양조장' 지정
김희숙 명인 "뜻 깊은 자리"
옛 시절, 가난 속 제주의 어머니들은 밤새우며 고소리술을 닦아 내렸다. 술 한잔에는 제주 어머니들의 눈물 한방울이 담겨져 있다.
김희숙 명인 역시, 4대째 맥을 이어오며 옛 방식 그대로 술을 빚고 있다. 대한민국식품명인 제84호로 지정된 김 명인은 제주도 무형유산 제11호 고소리술 기능보유자기도 하다.
명인은 오는 23일과 다음달 21일 제주고소리술익는집에서 열리는 '고소리술과 함께하는 시간여행' 행사를 통해 그동안의 결실을 펼친다.
이번 행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한다.
행사는 양조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해 제주 전통주인 고소리술과 오메기맑은술 등 도내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양조장 음악회, 소줏고리 체험, 전통 오메기떡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직접 농사를 하며 고소리술을 만드는 김희숙 명인과의 대화 자리도 마련된다. 오후 3시40분부터는 성읍민속마을길 걷기 행사도 열린다.
고소리는 소줏고리의 제주 방언이다. 국내에서 술 내리는 도구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술은 고소리술이 유일하다.
고소리술은 증류주 전통 소주로, 어원은 '불로 진하게 고아내린 술'의 의미를 지닌다. 행사 장소인 성읍리 인근은 국내에 증류식 소주가 처음으로 전래된 지역으로 그 의미가 깊다.
제주고소리술익는집은 일제의 침략과 해방 후 제조기술의 퇴조 등으로 소멸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그 원형을 현재까지 계승하고 있다.
또한, 첨가물 없이 누룩을 활용, 오직 수작업만으로 탁주, 약주, 증류식 소주를 제작하고 있다.
제주고소리술익는집은 750여년 전 양조장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제주 고유의 문화유산으로, 무형문화재 제 11호로 지정됐다.
또한, 제주 술만이 간직한 역사성, 지방적 특색이 인정돼, 농림수산식품부와 제주도로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명인은 "제주는 농업환경이 많이 달라지며, 조농사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술의 재료가 되는 좁쌀, 보리쌀 등의 잡곡 수급을 위해 직접 조농사를 하고 있다"며 "보리는 겨울에, 조농사는 여름에 씨를 파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에서 고생만 하는 일을 왜 하냐는 말들을 하지만, 제주의 삶과 역사를 오롯이 담은 제주 전통주를 보존·계승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명인은 "탐라국 시대의 술을, 오늘날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양조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성화해, 앞으로도 제주전통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