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바꾼 사람·문화·생태 표류의 역사

제주비엔날레 연계 컨퍼런스 현승환 교수·김완병 센터장 등 문화·사회적 표류 의미 해석

2025-01-19     김봉철 기자
제4회 제주비엔날레 연계 국제 컨퍼런스가 18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장이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제4회 제주비엔날레(총감독 이종후)와 연계한 국제 컨퍼런스가 '표류의 섬, 제주: 이동, 교차, 융합'을 주제로 18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모다들엉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표류'의 의미를 제주도의 문화·사회사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해석하며 의견을 나눴다.

먼저 길가은 상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표류와 재정착: 역사 속 사람들의 이동과 회복' 발표를 통해 제주도와 쓰시마섬을 중심으로 표류로 인해 발생한 문화적 현상들을 살폈다.

그는 "제주와 쓰시마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항해와 표류에 따른 문화적 접촉을 이어왔다"며 "특히 4·3과 한국전쟁시 표류한 제주도민들은 이후 일본 각지로 재정착해 후손들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정보가 사라지기 전에 기록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승환 제주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는 '제주도에 도래한 해양문화' 발표를 통해 제주 문화에 스며든 해양문화 요소를 분석했다.

현 명예교수는 "탐라국 건국신화중 벽랑국에서 도래한 여신이나 삼승할망본풀이중 동해용왕따님아기는 해양문화 요소를 지닌 존재"라며 "다만 동해용왕따님아기는 잉태의 기능만 가진 한계로 인해, 옥황상제가 잉태와 출산의 기능을 모두 가진 명진국따님아기를 내려보냈음은 제주 전승민에게 해양세계관에서 천상세계관으로 주도권이 옮겨갔음을 알게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대표는 '표류의 개념으로 살핀 제주 미술' 발표에서 2010년 이후 제주에 온 박정근, 배효정, 이현태, 정은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조선시대 제주에 유배온 추사 김정희부터 한국전쟁 때 피난 온 이중섭과 홍종명 등 정처없이 흘러온 작가들은 제주 미술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제주에 온 작가들도 이주, 해녀, 4·3, 환경 등을 주제로 작업하면서 제주미술계에 내용, 형식, 매체 확장 등 영향을 미쳤다"고 평했다.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장은 '바람 따라 제주와 인연을 맺은 야생동물의 희망' 발표를 통해 바람과 해류를 타고 제주에 정착한 생명들을 소개했다.

김 센터장은 "1053년 탐라국이 고려 정부에 거북껍데기를 바친 기록처럼 탐라국 사람들은 바다거북의 이동경로 뿐만 아니라 해조류와 식물자원, 지리학, 천문학, 항해술까지 해박했다"며 "다만 대륙에서 건너왔지만 사냥으로과 진상으로 멸종된 대륙사슴이 있었고, 산굴뚝나비는 조릿대 확산으로 분포범위가 점차 고지대로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밖에도 붉은바다거북의 희생, 멸종위기 저어새,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해양쓰레기 표류 등은 사람의 욕심과 무관하지 않다"며 "제주는 세대, 지역, 국가간의 갈등을 녹이는 평화의 섬인 동시에 지속가능한 제주다움, 남북·세계 평화, 탄소중립, 그리고 야생동물의 지상낙원을 상징하는 출발역이면서 종착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4회 제주비엔날레는 '아파기(阿波伎)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을 주제로 오는 2월 16일까지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