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락가락 들불축제, 도민은 들러리인가

2025-02-27     제민일보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축제였던 제주들불축제가 '미디어아트쇼'로 전락한 데 이어 불과 관련한 작은 행사들마저 없애 축제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제주시가 불 관련 계획을 축제 한달 전에 갑자기 바꾼 데 대해 제주도의회도 정책 일관성 부족과 행정 신뢰 저하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지난 1월 축제 기본계획 발표 당시까지만 해도 불꽃쇼와 달집태우기, 횃불대행진 등 불 관련 프로그램이 축제 전통 유지 차원에서 포함됐는데 갑자기 디지털·LED로 변경된 절차와 근거가 석연치 않은 것이다.

도민 의견을 수렴해 원탁회의에서 내린 결정을 행정이 일방적으로 뒤집은 데 대해 도의회는 행정 절차상 문제가 있을 뿐더러 '도민들의 노력이 무시된 결과'라는 쓴소리로 문제를 거듭 강조했다. 정책 일관성 부족과 도민 의견 무시, 축제 정체성 훼손을 꼬집은 도의회의 지적에 대해 제주시는 겸허히 수용하고, 도민 의견에 따라 결정된 사항을 신뢰성 있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들불축제'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실제 축제현장에서는 불을 전혀 볼 수 없는 '양두구육'식 축제라는 지적도 뼈아픈 문제 제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 들불축제가 불과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축제명칭 변경이나 오름 불놓기 복원 등을 추진하기는 무리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도민사회의 폭넓은 의견수렴과 탄소를 다량 발생시킨다는 주장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과 분석에 입각한 축제 정체성 확립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