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유 있는' 원도심 통학…제주남초 눈길

[2025년도 입학식 현장] 지난해 자율학교 도입 후 2년만 신입생 10→39명↑ 원어민수업·4학기제 핵심 학부모 "멀어도 매력 확실"

2025-03-04     김수환 기자
제주남초등학교는 4일 신입생 39명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입학식을 진행했다.

읍·면지역을 중심으로 신입생이 한 자릿수인 제주지역 학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신입생 수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원도심 학교에 이목이 집중된다.

제주남초등학교는 4일 신입생 39명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입학식을 진행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 등 영향으로 올해 제주지역 초등학교 120곳중 38곳은 한 자릿수(10명 미만) 신입생을 받게 됐다. 특히 지난해(28곳)보다 10곳이 늘면서 출생아 감소 추이와 맞물려 휴교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같은 신입생 부족 현상은 읍·면지역과 원도심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실제 신입생이 5명 미만인 초등학교 17곳은 모두 읍·면지역에 속했다.

원도심에 위치한 초등학교 역시 신제주권과 아라·이도·삼화 등 택지지구 개발 영향으로 학생 수가 빠르게 감소했다.

이중 제주남초등학교는 2023년 신입생 수가 10명에 불과할 정도로 원도심 쇠락 영향이 두드러졌다.

제주남초등학교는 4일 신입생 39명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입학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제주 교육특례를 활용한 제주형 자율학교로 '글로벌 역량학교'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글로벌 역량학교 지정 첫해인 2024년 신입생 수는 17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무려 39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제주남초가 도입한 글로벌 역량학교의 핵심은 국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에서 원어민과 함께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있다.

특히 4학기제를 도입해 기존 2학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학기간 돌봄 공백 문제를 해소하면서 방학중 돌봄을 위한 종일학원 등록에 부담을 갖던 학부모 고충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자율학교 특성이 통학구역 신축운영 방침과 연결되면서 아라·외도·이도·도남·삼양동 등 거주 학부모들이 장거리 통학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주남초로 자녀를 입학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당초 외도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았으나 제주남초 사례를 접하고 자녀의 남초 입학을 결정한 학부모 김소연씨(46)는 "당연히 외도초를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제주남초를 알게 돼 견학을 온 이후 선생님들 열정과 학교 분위기에 반했다"며 "한국 선생님과 원어민 선생님이 상주하면서 영어에 매일 노출되는 환경이 놀라워 멀지만 입학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남광초 입학 대신 제주남초를 선택한 또 다른 신입생 학부모 강한진씨(40)는 "유-초 이음 사업으로 남초를 알게 됐다. 남초는 4학기제로 방학기간도 짧고 방학에도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에 나오는 걸로 안다"며 "영어 교육도 너무 좋았지만 맞벌이 부부다 보니 마음 놓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김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