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에서 빛나는 미래로…제주 물 이용 역사 체계적 정리

제민일보·제주특별자치도 「제주 물 100년사」 발간 추진 도내외 물 전문가 집필 참여 "제주 물 역사 보전 및 활용"

2025-03-23     김봉철 기자
도내 용천수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만물의 근원인 물은 제주의 생명력이다. 도민의 생명수이자 산업경제를 견인하고, 자연생태계를 순환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또한 물은 제주인들의 생활과 농경, 문화에 이르기까지 도민 삶의 모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화산섬이라는 지질학적 특성은 타 지역과 다른 제주만의 고유한 물 이용과 물 문화를 만들어냈다. 제민일보는 이같은 제주의 독특하고 오랜 물 이용 역사를 집대성한 (가칭)「제주 물 100년사」를 올해 편찬해 제주 물의 역사를 보존하고 물의 중요성을 대중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 '제주 물 100년사 발간 기본구상(안)'에 따라 발간 배경과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제주 물 역사 보전 필요성
과거에는 물이 있는 곳이 곧 도민들의 삶터였다. 여인들이 물허벅을 지고 가는 모습은 제주의 대표적인 옛 풍경중 하나였고, 용천수가 귀한 중산간에서는 봉천수나 우물, 심지어 빗물까지 모아서 쓰기 위한 촘항 등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생활문화유산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는 수자원이 풍부한 육지부와 달리 제주에서는 물이 극히 귀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180만년 전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돼 투수성이 매우 좋은 토양과 암석으로 이뤄져 있다.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지질학적 특성이 있다보니 땅 위를 흐르는 물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빗물은 지하를 흘러 해안에서 용출됐다. 지금은 섬 전체가 '천연 정수기' 역할을 하며 제주의 물이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이유가 됐지만 선인들에게는 악조건으로 작용했다.

근현대 들어서는 물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한 상수도 개발의 역사가 이어졌다. 제주도 수도의 효시로 꼽히는 정방간이수도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6년 완공된 이후에도 용천수, 우물물, 천수(봉천수, 빗물) 등을 간이수도와 함께 사용되다가 1957년 제주 최초의 근대식 상수도시설인 금산수원이 준공됐다.

중산간 마을의 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지하수 개발사업도 1960년대 시작된 후 1970년대 본격화돼 이제는 제주도내 용수 공급의 대부분을 지하수가 담당하게 됐다. 지하수 관리의 중요성에 따라 제주에서는 전국 최초로 지하수 허가제를 도입하고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정하는 등 엄격한 지하수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제주에서의 물 이용은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치며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냈고, 광역상수도가 널리 보급된 현재에도 제주 물은 물 산업의 원천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활용을 모색하기에 이르고 있다.

1970년대 제주 지하수 개발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물 환경·역사·개발사 총망라
올해 제민일보와 제주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주 물 100년사」 발간사업에는 도내·외 10여명의 전문가가 집필진으로 참여해 제주의 물 환경부터 역사 속의 제주 물, 제주 물 개발사, 제주 물 연구과 관리 등 제주 물 이용의 역사를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최근 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확정된 '제주 물 100년사 발간 기본구상(안)'에 따르면 책은 총 4편, 18개 주제로 나눠 발간한다는 구상이다.

제1편은 제주의 지형과 지질, 강수량, 지하수 부존, 기후변화 전망 등 제주 물의 환경적 특성을 다룬다. 

이는 180만년 전 화산활동으로 제주도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지형·지질적 특성에 따라 제주의 물 이용이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주도 안에서도 한라산을 중심으로 도내 각 지점별 강수량과 지하수 부존 및 산출 특성도 다르게 나타난다. 오름과 건천, 곶자왈, 숨골(숨굴) 등 물과 관련한 제주만의 지형적 특성도 다양하다.

제2편에서는 역사 속에 나타난 제주의 물 이용 기록을 살핀다.

역사적 기록과 유물, 유적에 근거해 물과 설촌에 대한 기록을 수집·정리하는 한편 탐라순력도 등 고지도 속에 나타난 물을 찾아 의미를 서술한다. 또한 제주의 물 이름과 물 관련 민속생활도구, 물 관리 등 제주만의 고유한 물 이용 문화를 체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옛 문헌과 기록에 나타난 제주의 기상·기후 특성과 극한기상, 이상기후 사례를 조사하는 역사속 기상재해도 다룰 예정이다.

제3편은 제주의 물 개발사를 시대 흐름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제주 물 개발의 역사를 1900년 이전과 일제강점기, 1945~1990년, 1991~2024년 등으로 크게 나누고 각종 기록에 근거해 시대별 물 개발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구상이다. 도민들에게 친숙한 어승생저수지 개발을 비롯해 최초의 상수도·지하수 개발사업, 금산수원·강정수원 등 수자원 개발, 광역상수도 건설까지 물 개발사를 집대성할 계획이다.

또한 제주도 본섬보다 물 이용이 더욱 열악했던 부속 도서 지역의 물 개발사도 정리할 예정이다.

제4편에서는 현재까지 이뤄진 제주 물 연구와 관리를 종합해 정리한다.

도내·외에서 수행된 제주지하수 관련 수리지질 연구와 제주 수자원 연구, 지하수 관리 법제화 과정, 물 관리 조직의 변천 과정, 물 개발·이용 실태, 지하수 관측조사 추진 과정, 제주 지하수 보전관리를 위한 해외와의 교류협력 등 미래를 대비한 현안 등 다양한 연구와 정책을 집대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