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숨결로 대한민국 다시 회복"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 희생자 유족·정치권 등 2만여명 참석 세계평화의 섬 20주년 기념 타종행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원도 한덕수 대통령 대행, 숙원 해결 약속
찬바람 불던 날씨도 점차 따뜻해지며 제주4·3 유족들의 애환을 달랬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추념식이었지만, 우리 유족들은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평화와 상생의 가치를 지켜냈다.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거행됐다. '4·3의 숨결은 역사로, 평화의 물결은 세계로'를 주제로 열린 이날 추념식에는 희생자 유족과 도민, 정부 관계자 등 2만여명이 참석해 4·3영령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번 추념식은 제주4·3의 역사적 의미를 세계 평화의 메시지로 승화시키는 자리였다. 특히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앞둔 시점에서 4·3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행사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도 함께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형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추모에 동참했다.
올해 추념식은 세계평화의 섬 선포 20주년을 맞아 마련된 '평화의 종' 타종으로 시작됐다. '평화의 종소리'에는 4·3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유족들을 위로하고 화해와 상생의 의미를 녹여냈다. 타종 장면은 인공지능 기술로 제작된 영상으로 상영됐다.
제주4·3의 역사적 여정을 담은 경과보고 영상도 공개됐다. 4·3희생자 유족 해설사와 미래세대가 함께 4·3의 역사와 완전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성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이다. 특히 행방불명 유해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숙제를 제시했다.
추념식에서는 DNA 검사로 75년만에 신원이 확인된 고 김희숙 희생자 가족의 사연도 소개됐다. 손자 김경현씨는 지난해 여름 아버지를 위해 직접 나서 유가족 채혈을 했고, 그 결과 섯알오름이 아닌 제주공항에 묻혀 있던 할아버지의 유해를 찾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추념식 현장에서는 DNA 채혈 부스를 운영해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추념광장에는 '아픔을 넘어 화해와 상생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유산으로'를 주제로 특별 전시가 마련됐다. 또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참여 공간도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추념식에서는 종교의례, 평화합창단의 공연, 제주도립무용단의 진혼무, 김수열 시인의 평화의 시 낭송, 가수 양희은과 벨라어린이합창단의 추모공연 등이 이어졌다.
특히 전국 23개 대학의 4·3분향소 추모 현장과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평화의 응원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추념사를 통해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정부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완전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권한대행은 그러면서 추가 진상조사 마무리,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 생존 희생자와 유족을 돕기 위한 복지와 심리 치료 확대, 트라우마 치유센터 건설 지원,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민적 통합이 매우 절실한 때"라며 "4·3의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화합과 상생의 가르침을 준다.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다시 일어선 4·3의 숨결로 대한민국을 하나로 모으고 미래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의 인사말씀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