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관광 위기 돌파구 '지원강화' '규제완화' <4>

카지노 VIP 제주 대신 육지로…"불합리한 규제 완화 시급" 관광진흥기금 재원 70% 차지 중요 역할 비해 규제 첩첩산중 전문모집인 수수료 전국 유일 VIP 고객 유치 전국보다 불리 프리미엄 관광 육성도 걸림돌

2025-04-22     김봉철 기자
▲도내 카지노 산업이 프리미엄 시장을 아우르며 균형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VIP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 주재로 열린 도내 5성 호텔 및 카지노 업체 대표자와 간담회 모습.

제주의 카지노산업은 객단가가 매우 높은 고부가가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프리미엄 관광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또한 카지노 업체들의 납부금이 제주관광진흥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돼 관광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대형 카지노들이 잇따라 설립되면서 경쟁이 심화되는 반면 도내 카지노산업은 타 지역에 비해 불리한 규제를 받고 있어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지노, 관광진흥기금 주요 재원
제주관광진흥기금은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존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진흥기금과 분리돼 제주도에서만 운영되는 기금이다. 제주도는 자체 예산 외에도 제주관광진흥기금을 통해 도내 관광사업체 경영안정자금 융자 지원에 따른 이자 보전이나 관광마케팅 등 각종 관광진흥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제주관광진흥기금은 도내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들이 연 매출액중 10% 이내에서 납부하는 카지노 납부금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이외에 출국납부금, 기금 운용 수익금 등으로 매년 조성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이달중 도내 카지노 업체들에 대한 정확한 매출액 조사를 거쳐 기금을 부과하며, 부과 규모는 약 4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기금 가운데 카지노 납부금이 2019년 471억원에 달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2020년 152억원, 2021년 48억원, 2022년 36억원, 2023년 67억원 등 급격히 하락해 원활한 기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나마 지난해 233억원, 올해 잠정 433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도내 카지노업계의 경쟁력이 타 지역에 비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앞으로 제주관광진흥기금 조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출국납부금을 인하해 제주지역의 출국납부금도 18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 상황이다.

△도내 매출액은 수도권과 큰 격차
타 지역 외국인 카지노와 비교해 제주 카지노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매출액으로 드러나고 있다.

제주 8개 외국인카지노 업체들의 지난해 12월 누적 매출액이 4605억3100만원으로 집계돼 서울 소재 3개 카지노 매출액 6633억2200만원과 비교하면 2000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 카지노 입장객 수도 도내 카지노들은 66만3006명으로 서울 3개 카지노가 기록한 131만2890명의 절반 이하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해 12월의 경우 한 달간 도내 8개 카지노들의 매출액은 371억7500만원으로, 수도권의 대형 카지노 업체 한 곳이 기록한 374억300만원보다도 떨어졌다.

이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 등 24시간 국제선을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서울이나 인천, 영종국제도시 등 수도권 소재 외국인 전용 카지노들을 이용하기가 쉬운 환경이 1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2023년 말에는 영종국제도시에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초대형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인스파이어'가 들어서 제주 카지노업계와의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됐고, 일본 오사카 내 복합리조트가 본격 착공에 들어가는 등 글로벌 카지노 경쟁도 가속화 되고 있다.

△회복세 불구 VIP 모집은 난관
제주지역 카지노들의 경우 지난해부터 중국, 일본, 대만, 동남아 등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카지노 매출액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카지노 업계에 따르면 최근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VIP 게임보다는 매스(MASS, 일반 고객) 게임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VIP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게임은 코로나19 시점과 비교해 회복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도내 카지노 산업이 프리미엄 시장을 아우르며 균형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VIP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VIP 고객 유치는 카지노 산업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관광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 평균 지출액은 2019년 기준 1239달러인 반면 상위 1%인 하이엔드 럭셔리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은 19만9439달러로 161배를 기록했다. 상위 2~5%인 럭셔리 관광객도  1만6024달러로 일반 관광객의 13배에 달하며, 상위 6~20%를 차지하는 프리미엄 관광객만 해도 6840~1만432달러에 이른다.

또한 럭셔리·프리미엄 관광은 관광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서울, 부산 등 타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육성에 나서고 있다.

△전문모집인 수수료 기준 완화 시급
도내 카지노 업계가 카지노가 VIP 고객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접근성 문제 외에도 2017년 원희룡 도정 때 도입된 전문모집인 수수료 규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모집인은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VIP 고객을 제주로 유치하는 역할을 한다. 

제주도는 당시 도내 일부 카지노가 과도한 전문모집인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판단해 전문모집인에게 주는 수수료에 대해서도 10%를 제주관광진흥기금으로 카지노 사업자가 내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규제가 오직 제주 소재 8개 카지노에만 적용된 결과, 타 지역 카지노와의 VIP 고객 유치에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도내 카지노가 전문모집인의 수수료에 대한 관광진흥기금까지 납부하며 매출액이 줄어들었고, 타 지역 카지노는 관광진흥기금 10%의 차이를 판촉비 등으로 활용해 우수 전문모집인과 VIP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모집인 입장에서도 VIP 고객을 제주가 아닌 타 지역 카지노로 데려갈 경우 추가 혜택이 발생하고 수익도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점점 도내 카지노들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즉, 도내 카지노들은 육지 카지노와 비교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올해 3분기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자를 면제해 주기로 해 제주가 유일하게 갖고 있었던 비자 면제 혜택마저 사라지게 됐다. 매스 고객 회복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 카지노업계가 고사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타 지역 카지노에 비해 불리한 관광진흥기금 부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오영훈 도지사는 지난달 25일 도내 5성 호텔 및 카지노 업체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카지노업계 등의 규제 완화 건의를 듣고 타 지역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 규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