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 종식 '캠페인' 아닌 '정책' 필요

2040년 플라스틱 제로 제주 기대

2025-05-14     이경아 도민기자
이경아 도민기자

6월 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2025년 개최지는 대한민국 제주도로 정해졌다.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전 세계가 함께 문제 해결을 촉진하도록 하는 이 날, 올해의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년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후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3~4%가 플라스틱의 생산과 가공 과정에서 배출된다. 다양한 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인체와 환경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까지 사용되는 플라스틱에는 1만 종이 넘는 화학 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그중 24%는 체내에 축적되거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유해 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뇌, 혈액, 폐는 물론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그럼에도 플라스틱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OECD에 따르면, 이 추세대로라면 206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은 지금의 3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재활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0% 미만이며, 분리수거에 앞장선 우리나라조차 물질 재활용률은 16% 수준에 그친다. 설령 재활용률을 50%까지 끌어올린다고 해도 사용량이 3배가 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다. EU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강력한 규제를 담아야 한다는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하며 폐기물 발생 억제와 순환 이용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제주도는 2023년 '2040 플라스틱 제로섬'을 선언하며 더욱 앞선 목표를 세웠다. 이름 그대로의 플라스틱 제로섬은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방향성만큼은 환영할 만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 목표를 향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가?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면 상황은 안타깝기만 하다. 유럽 국가들이 플라스틱세를 도입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등 생산 단계부터 폐기물 억제를 제도화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시장에 혼란을 줬다. 일회용품 규제를 시행했다가 다시 축소하고, 결국 자율에 맡긴다는 이름으로 사실상 철회했다. 그 대신 등장한 것은 또다시 시민 캠페인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플라스틱 오염을 일으킨 것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도 아니다.

제주는 이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의 생수 산업을 가진 제주도 공기업은 매년 3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일회용품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연간 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맞으며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동시에 해양에서 수거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연간 1만 톤에 달한다. 방파제 틈마다 쌓여 악취를 풍기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시민의 분리배출이나 해변 정화 활동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다.

온통 플라스틱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시민들의 희생과 실천만을 기대해선 안 된다.
캠페인은 이제 충분하다. 이제는 정책으로 답할 때다.

정부는 생산 단계에서의 감축, 100% 자원순환을 위한 시장 구조 설계, 그리고 실행력 있는 규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 인식을 높이고 실천을 이끄는 캠페인 역시 이런 정책들과 함께 맞물릴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는 2060년이라도 진심으로 '플라스틱 제로 한국'을 상상할 수 있다.

시민에게 '더 하라'고 외치기 전에, 국가가 '보여줄 때'다.

이제는 캠페인이 아닌,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