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고 깔리고"…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보행안전 '뒷전'

[안전 사각지대 대책 시급] 이달 사고로 도민 2명 중태 트럭 치인 후 현재 의식 불명 시설 개선 등 민원 반영돼야

2025-05-21     전예린 기자
도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안전 시설물 설치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전예린 기자 

도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들이 차에 치이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다치고 숨지는 등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는 탓에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 사각지대'로 전락,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오전 찾은 제주시 연동의 한 횡단보도에는 출근 시간을 앞둔 직장인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이어졌다.

이날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내리는 굵은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이곳에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탓에 보행자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을 피해 횡단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일부 차량들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차하지 않고 쏜쌀같이 지나가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씨(44)는 "직장과 집 거리가 가까워 차를 두고 걸어 다닌다"며 "일대에 신호등이 없어 자주 주춤거리고는 한다. 출퇴근 시간대 차들이 유독 빠른 속도로 달려 더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도내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들이 차에 치이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 19일 오후 12시31분께 제주시 용담동의 한 교차로에서 40대 도민 A씨가 1t 트럭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장소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로, 당시 A씨는 길을 건너던 중 우회전하던 트럭에 치인 것으로 조사됐다.

목과 허리 등을 크게 다친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A씨는 병원에 옮겨진 직후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2일 오후 10시7분께 제주시 연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20대 도민 B씨가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머리 등 크게 다친 B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는 등 치료받고 있다. 

당시 B씨는 신호등이 없는 왕복 6차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매년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1~2024년) 도내 횡단보도 보행자 사고로 1073명이 다치고, 26명이 숨졌다. 

연도별로 2021년 사망 3명·부상238명, 2022년 사망 6명·부상 252명, 2023년 사망 7명·부상269명, 지난해 사망10명·부상 314명 등이다.

도민 정모씨는 "매년 횡단보도 보행자 사고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며 "신호등과 같은 교통안전시설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교차로와 보행자 도로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보행자가 자주 이용하는 길목에 대한 시설 개선 등 조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예린 기자 

지난 19일 오후 12시31분께 제주시 용담동의 한 교차로에서 40대 도민 A씨가 1t 트럭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