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미결정 일반재판 수형인 '명예 회복'…첫 사례 의미
제주지법 제4형사부, 22일 재심 재판 무죄 선고
건강 상태 등 고려 사법연수원 모의법정서 열려
합수단 불법 구금 등 확인…형소법상 요건 해당
제주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이 77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했다. 희생자 미결정 일반재판 수형인이 재심을 통한 명예 회복은 첫 사례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노현미 부장판사)는 22일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 A씨(92)에 대한 재심 재판을 진행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심은 고령인 A씨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제주4·3 전담재판부와 제주4·3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등이 협의를 통해 사법연수원 형사 모의법정에서 열렸다.
A씨는 1949년 4월 30일 내란 음모 및 방조죄로 불법 일반재판을 받고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생존 수형인이다.
현재 A씨는 제주4·3 피해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희생자 결정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주4·3 합동수행단은 A씨의 진술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해 제주4·3 당시 불법 구금 등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제주4·3 합동수행단은 제주4·3특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직권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앞서 제주4·3 미결정 희생자 가운데 군사재판 수형인 2명에 대한 직권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가 이뤄졌으며 일반재판의 경우 A씨가 처음이다.
이날 A씨는 "개인적인 악감정을 가진 이웃의 거짓 밀고로 가혹한 고문에 희생당했을 뿐 결코 빨갱이가 아니다"라며 "평생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살았다. 지금이라도 죽기 전에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16세의 꽃다운 소년이 이제는 90이 넘었다"며 "억울함을 바로 잡는데 너무 긴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양경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