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건강기능식품 관리 사각지대

 건기식 개인 거래 사업 부작용  의사 처방 있어야 하는 약품도  정부 규제 대폭 완화 원인 꼽혀  단속 및 제도적 안전장치 시급

2025-05-25     전예린 기자
지난해 정부가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를 한시적 허용한 가운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기준에 맞지 않는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전예린 기자 

"중고마켓이 약국으로 전락했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의 개인 간 거래를 한시적 허용한 가운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기준에 맞지 않는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경우 적발 시 구제받을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사례로 마약까지 유통될 소지가 있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25일 제주지역의 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확인한 결과 홍삼과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까지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제품인데 절반가량 사용해서 싸게 판매한다"고 적혀 있었다.

해당 제품은 1만원으로, 거래 완료 표시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게시글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지정돼 있지만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도 판매되고 있었다.

이날 확인한 판매 제품들은 크림류부터 점안액, 영양제 등 품목이 가지각색이었다.

약국 가격과 판매 가격 간 비교는 물론, 미개봉 약을 구입하면 개봉 약을 서비스로 주는 천태만상까지 빚어지고 있었다.

본인이 사용하던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량 처방받고 남은 약을 판매한다며 전문약을 홍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처럼 제주지역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의약품이 무분별하게 거래되는 것은 지난해 정부가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도내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의 관련 법 규제 완화로 일반의약품은 물론 전문의약품까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무분별하게 불법 판매되는 등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됐다"며 "건기식과 의약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당국은 국민의 건강권보다는 편의성에 매몰된 인기영합적 정책을 도입했고 부작용에 대한 사후 관리조차 되지 않아서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건기식은 기능성과 품질을 전제로 판매되는 특수식품이기 때문에 유통 및 보관 상태에 따라 소비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플랫폼 책임 강화, 거래 인증 절차 마련 등 보다 적극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중고거래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신고 체계를 통해 조치를 취하고 플랫폼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중고거래 플랫폼의 시범사업 참여 승인을 철회할지 검토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건전한 의약품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