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고히 세월 버텨낸 노거수들

2025-05-29     송민식 기자

이상길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우리나라 자연유산-천연기념물(식물) 100선」

나무병원에서 30여 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오르지 나무사랑에 헌신하신 이상길 박사(한강나무병원장)가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우리나라 자연유산-천연기념물(식물) 100선」을 펴냈다.

저자는 1987년 '나무병원'이라는 당시만 해도 다소 생소했던 곳에서 나무에 대한 일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다는 30년 세월이 훌쩍 지나가는 동안 저자는 오로지 우리나라 노거수가 있는 곳이라면 산이든 들이든 가리지 않고 나무 진료를 해오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 시간들은 우리나라 노거수를 치료하고 돌본다는 기쁨과 희열, 사명감으로 점철된 과정이기도 했지만 병해충 피해와 자연재해로 노거수가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아픔의 시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나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고 보존해야 하는 소임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이 모습 그대로를 영원히 남겨야 한다는 간절한 사명감으로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노거수를 소개하기로 마음먹고 오랫동안 준비해 온 본서를 출간하게 됐다.

저자는 제주의 천연기념물로 제주시 도련동 귤나무류, 아라동 산천단 곰솔 군,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 숲, 애월읍 수산리 곰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느티나무와 팽나무 군을 소개했다.

저자는 나무사랑은 지금 우리가 할 일'이라는 마음으로 전국의 나무를 벗으로 삼아 산이든 들이든 가리지 않고 나무 진료에 매진했다. 그동안 한국의 자연유산으로 수많은 천연기념물 노거수를 진료해 오면서 때론 희열과 난관에 봉착했으며 애착과 사랑을 느끼지 않은 나무가 없었다. 특히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 숲과 아라동 산천단 곰솔 군 등을 관리하고 치료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사명감, 병해충 피해와 자연재해로 노거수가 속절없이 사라져 가는 모습에 아픔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그만큼 저자는 한없는 나무 사랑꾼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난해를 기준으로 지정 관리하는 자연유산 식물 천연기념물은 275건이 있으며 노거수가 180건으로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상징성과 수종의 외관, 특이성, 희소성 등을 고려해 누구나 어려움 없이 방문이 가능한 노거수 위주로 100건을 선정한 것이다. 

30여년의 한 길 세월 속에 경험과 지혜를 담아 펴낸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나무를 심어 인위적으로 옮겨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보호와 관리가 된다면 오랜 세월을 지키는 수호수로도 살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마루비. 2만6000원. 


법과 인간 본성 그 오래된 충돌의 역사
김웅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는 단순한 법률서나 역사서를 넘어, 인간, 정의, 권력, 그리고 공동체의 본질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만드는 인문학적 성찰로 가득하다. 

저자는 "형사사법제도는 삼천 년간의 인류 희생으로 쌓은 빅데이터이자, 인간성과 권력에 대한 심오한 고찰의 결과물"이라고 말하며 과거를 통해 형사사법제도에 담긴 인류의 처절한 역사와 그 속에서 발견한 지혜를 얻기를 요청한다.

이 책의 초반부는 우르남무 법전, 함무라비 법전, 로마 12표법 등 인류 최초의 법 제도를 통해 법의 탄생 목적이 단지 질서 유지가 아니라 약자 보호였음을 강조한다. 이후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어떤 시대적 상황에서 재판을 받았는지를 세밀히 그려낸다.

전쟁의 패배, 참주정의 상처, 민주정의 회복 이후 분노에 가득 찬 대중의 심리가 어떻게 판결에 작용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제자들이 독재에 협력했다는 사실과 소크라테스가 가진 대중적 비호감도, 법적으로 무리한 죄목에도 불구하고 유죄가 선고된 배경을 통해, '재판'이라는 제도가 어떻게 인간 사회와 그 심리에 휘둘리는지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이후 근대 형사소송법의 근간이 되는 당사자주의와 직권주의의 기원과 차이를 설명하고, 프랑스 대혁명, 미국 독립, 미란다 원칙 등 제도의 진화 속에 숨은 인간 본성의 문제를 파고든다. 특히 "형사사법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 비효율성이야말로 억울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인류가 치러온 대가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 저자는 형사사법제도의 복잡성과 경직성이 결코 미흡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본성과 대중의 오판으로부터 무고한 이들을 지켜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진화'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한 대중적 법사학 개론서가 아니라, 인간과 권력, 대중과 정의의 관계를 천착하는 인문학적 성찰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우리는 왜 계속해서 틀리는가'라는 질문에 이르게 만든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접하는 형사사법제도는 이러한 경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것이다. 형사사법제도들은 우리 실존에 대한 두려움에서 설계된 것"이라며, "대중의 자유로운 해석이 불가능하게 매우 정교하면서도 완고하게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지베르니. 2만2000원. 


간호사의 사명과 독립운동가의 헌신
박세경 「독립운동가가 된 간호사 박자혜」

「독립운동가가 된 간호사 박자혜」는 신채호의 부인이 아니라 여성 간호사의 사명과 독립운동가의 헌신,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준 독립운동가 박자혜의 삶을 오롯이 들려준다. 

우리에게 잊혔던 독립운동가의 역사를 되살리고 그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여성으로서 직업적ㆍ사회적 한계를 극복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단순히 독립을 열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헌신하는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큰 감동과 교훈을 준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그림으로 잘 알려진 유기훈 그림작가의 세심하고 인상적인 그림은 박자혜의 이야기에 공감과 감동을 더욱 불어넣는다. 낮달. 1만6000원. 


세상 바라보는 시각·안목 넓힌다
김효선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졌다」

제주 시인 김효선의 첫 산문집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졌다」가 출간됐다. 

시인은 이번 첫 산문집에서 제주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특히 동식물을 비롯해 여러 사물과 인접한 삶을 살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시인의 이번 산문집은 시인의 시적 순간이 발화된 배경에서부터 제주의 바람과 뱀 골목 바다 집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삶과 연관된 제주의 풍광이 시인의 세심한 눈길로 펼쳐지고 있다. 

이 책은 어린 시절엔 잘 몰랐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내 주변의 많은 사물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깨닫게 해준다. 특히 유년의 경험은 오랫동안 삶의 자양분으로 쌓여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안목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유악부.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