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눈물 미리 나누지 못해 미안해"…교사 추모제

제주지역 교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최근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제주도내 모 중학교 교사를 추도하고 실질적인 교권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제주교사노동조합,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 좋은교사운동 등 제주교원일동은 30일 제주도교육청 주차장에서 최근 숨진 제주 모 중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날 추모문화제는 교원단체와 학생들, 도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추모의례와 추모공연, 추모영상 상영, 동료 교사, 졸업생 제자, 교원단체 등 추모사와 유가족 발언으로 진행됐다.

이날 고인의 동료 교사인 안연하씨는 "학교 업무로 힘들어하면 도와줄 일이 없냐고 챙겨주던 큰 힘이 된 선생님인데 나는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힘듦과 아픔과 상처에 고인 눈물을 미리 나누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라고 말을 전했다.

고인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한지호군은 "선생님은 항상 학생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부모처럼 따뜻하게 품어주시던 분"이라며 "졸업해도 종종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이 알려준 따뜻한 마음과 가르침을 간직하겠다. 죄송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인의 유가족은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모든 사정을 밝히고 선생님의 명예를 회복시켜 어린 자녀들과 남은 유족들이 위안 삼을 수 있도록 순직 인정과 그에 따른 처벌이 있길 바란다"며 "또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공존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제주교원일동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한편 교육당국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진상규명 △학교 민원대응팀 운영 방식 점검 △교육 전념 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인력 지원 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교사는 교육을 하는 사람이지 악성민원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며 "민원을 교사 홀로 책임지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며, 교육당국의 약속은 반드시 현장에서 실현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 참여한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교육감이기에 앞서 선배 교사로서 먼저 가신 선생님을 그리는 추도사를 해야 하는 안타까운 심경은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며 "아무런 걱정도 고통도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교권보호를 위한 실질대책 정비를 약속했다.

한편 고인은 지난 22일 자신이 근무하던 제주 모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의 갈등과 지속적인 민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