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없는 들불축제 차라리 폐지해야"

제주시 축제 발전 토론회 축제명과 축제 연관성 상실 미디어아트 대안 "식상하다" 디지털 전환 도민 설득 실패 앞으로의 행사 경쟁력 우려

2025-06-17     윤승빈 기자

오름불놓기 삭제로 논란을 빚었던 제주들불축제를 차라리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시가 지난 17일 제주시청에서 '제주들불축제 발전 방향 토론회'를 개최한 결과 현장에서는 제주시가 대안으로 제시한 미디어아트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랐다. 앞으로도 불이 빠진 축제가 이어진다면 들불축제라는 이름을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들불축제 발전을 위한 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앞으로의 축제 방향을 정하기에 앞서 다양한 전문가 집단, 이해 관계자 및 시민과의 논의를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축제 평가에서 축제 정체성과 제주 전통문화 요소 상실 우려에 대한 해소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토론 현장에서는 주요 콘텐츠의 디지털 전환 시도에 대한 적잖은 우려가 제기됐다. 들불축제의 주력 콘텐츠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많으며, 들불축제라는 축제명과의 연관성도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오훈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 들불축제의 문제는 차별성, 정체성, 시대성 등 3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며 "먼저 불놓기를 미디어아트로 전환하며 차별성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오 연구위원은 "차별성을 잃으며 축제 정체성에도 혼란이 왔고, 전통 계승과 현대화 사이의 시대성 문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과감한 축제 변화를 시도했지만 많은 축제들이 정체성을 잃어갔다"고 경고했다.

또다른 발표자 고미 제주도농어업유산위원회 위원은 "들불축제가 미디어아트로 변경됐지만, 만족도는 낮았다"며 "사실 디지털 콘텐츠나 미디어아트 퍼포먼스는 식상하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은 "축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왜 디지털 전환이 됐는지 설득하지 못했다"며 "들불이 가지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들불축제 명칭 변경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도 "지금의 들불축제는 '벚꽃 없는 벚꽃축제'나 다름 없다"며 "불을 없앤 취지에는 공감하나 정체성이 사라진 지금 축제 명칭 변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인재 가천대학교 교수는 "불놓기 폐지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라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지금 들불축제는 새판을 짜거나, 포기하거나 갈림길에 서있다"고 분석했다.
홍선영 사람손공동체 대표는 "오름 불놓기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유일한 방안이었나 하는 질문이 생긴다"며 "들불축제의 서사를 이용한 공연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고선영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축제나 이벤트는 이미 전국적으로도 화려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대로라면 '새별오름'에서 '들불축제'를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