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변화 직격, 해양정책도 바뀌어야

2025-06-24     제민일보

제주해녀들의 주 소득원인 소라가 점점 사라지며 해녀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제주와 남해안 일대에 주로 서식하던 소라가 해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울진 인근 동해안까지 서식지를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라 감소의 직접적 원인이 갯녹음 현상 등 먹이 부족이 아닌, 고수온으로 인한 면역 기능 저하로 확인돼 충격적이다. 이는 해양당국이 정책적으로 손쓸 여지가 별로 없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소라는 제주해녀들의 1순위 소득 품목이다. 그러나 2순위인 성게를 포함해 최근 채취량과 수익 모두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어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3년 전 1인당 878만원이었던 해녀소득도 지난해 587만원으로 떨어졌다. 소라 외에 다른 수산물 역시 서식지 이동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처럼 생계 유지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주요 어종마저 사라진다면 해녀문화의 지속 가능성은 더욱 위협받게 된다.

제주도는 지금부터라도 기후 위기에 따른 어장 관리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 수온 변화에 민감한 종 대신 비교적 안정적인 수산자원을 중심으로 채취 전략을 다변화하고, 고부가가치 가공산업과 해녀 브랜드 관광 연계 등 복합소득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응한 장기적 관측과 생태 기반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서 해녀들의 생계를 지키는 일은 제주 해양문화의 미래를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