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에 써주세요"…국제가정문화원에 나타난 '익명의 산타'

2025-07-04     양경익 기자

 

불과 1년 사이 세 차례 돈 봉투 전달
신원 노출하지 않은 채 홀연히 사라져
총 500만원 상당 필요한 곳 지원 예정
"작은 손길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4일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은 여러 개의 봉투를 빤히 바라봤다. 최근 익명의 기부 천사가 나타나면서다.

이처럼 국제가정문화원에는 누군가 현금이 들어간 봉투를 놓고 가는 등 감동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선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따뜻한 나눔은 불과 얼마 전이다. 지난달 7일 1만원권 130장과 5만원권 14장이 들어 있는 봉투가 놓여진데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같은 금액의 봉투가 또다시 발견됐다.

앞서 지난해 8월 14일에도 100만원 상당이 담긴 봉투가 국제가정문화원에 전달됐으며 이튿날인 15일 같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이의 과일 선물도 전해졌다.

이렇게 1년 사이 국제가정문화원에 '익명의 산타'가 세 번 다녀가면서 모인 돈만 500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기부 행위는 새벽 시간 철저히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이뤄졌다.

실제 CCTV를 확인한 결과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으로 마스크로 철저하게 얼굴을 가린 채 돈이 든 봉투만 국제가정문화원 문틈 사이로 껴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한 봉투에 또박또박 적혀 있는 '좋은 일에 쓰세요'가 전부다.

다만 국제가정문화원에서 진행하는 주요 사업을 통해 지원받았던 이들로 추정될 뿐이다. 도움의 대상에서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은 "결국 '익명의 산타'의 신원은 파악할 수 없었지만 마음만큼은 분명하게 전달받았다"며" 어려운 시기 더욱 빛나는 작은 손길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은 해당 지원금의 용도를 고민하고 있다. 익명의 기부자의 뜻에 따라 정말 필요한 곳에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국제가정문화원은 2008년 설립돼 외국인과 결혼이민자, 그 가족의 권익을 옹호하고 복지증진 및 다문화가족의 역량 강화를 위한 상담, 교육, 네트워크 활성화 등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 올해 1월 현재 외국인 884명과 다문화 자녀 282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양경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