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제주 관광개발과 생태보전, 기로에 선 ‘관광 1번지’

김한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학생

2025-07-21     김한휘

1960년대 ‘제주 관광종합개발계획’이 발표되고, 중문관광단지가 조성되면서 제주도는 본격적인 관광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이후 수십 년간 지속적인 투자와 인프라 확장을 통해 제주는 연간 1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국내 대표 관광지로 성장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심각한 환경적, 사회적 대가가 숨겨져 있다. 관광객 급증과 외지 자본 중심의 대규모 개발은 곶자왈과 오름 같은 제주의 생태자원을 훼손시켰고, 교통 정체, 쓰레기 처리 한계, 하수도 과부하 같은 생활환경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 내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매립장 10곳 중 3곳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나머지 4곳도 90% 이상이 찬 상태로 조만간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하수 처리 능력을 넘어선 배출량은 해양과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며 수질오염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중산간 지역의 지하수에서는 먹는 물 기준을 초과하는 질산성 질소가 검출되고 있어 도민들의 건강과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2공항 건설과 각종 관광단지 조성계획 등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은 대부분 외부 자본에게 돌아가는 반면, 환경 파괴와 생활 불편 등 부작용은 고스란히 도민들이 떠안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세계자연유산 등 '유네스코 3관왕'으로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은 제주의 자연이 훼손된다면, 결국 관광 자체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개발과 보전 사이의 균형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 개발 허가에 총량제를 도입해 누적 환경영향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곶자왈·오름·해안선과 같은 핵심 생태구역은 ‘영구보전구역’으로 지정해 토지 용도 변경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탄소 없는 섬 2030’ 목표에 발맞춰 내연기관 차량 대신 전기차 도입을 확대하고,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친환경 인프라 전환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관광세를 도입해 쓰레기와 하수 처리 재원을 확보하고, 이 재원을 지역 환경 보전과 주민 복지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동백동산과 평대리처럼 지역 주민이 생태해설사로 참여하고 직접 운영하는 생태관광 모델을 확대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자연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관광 수익이 지역 내부에서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개편이 절실하다.

관광과 생태 보전은 상충 관계가 아니라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과제다. 제주의 진정한 경쟁력은 화려한 인공 건축물이 아닌, ‘제주다움’에서 비롯된다. 푸른 곶자왈, 청정한 바다, 그리고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자연스러운 삶의 풍경이 바로 관광의 본질이자 지속가능성의 열쇠다. 지금처럼 무분별한 난개발이 이어진다면, ‘관광 1번지’라는 명성은 곧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제주는 생태도시로 전환해야 하며, 개발의 속도를 조절하고 보전의 기준을 강화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부와 제주도 도청,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사실을 직시하고 실천에 옮길 때, 비로소 제주의 미래는 회색 콘크리트가 아닌 푸른 숲과 맑은 바다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 세대에 어떤 제주를 물려줄지는 오늘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