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학교 체육시설, 연결의 중심으로
이승아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도는 인구 증가와 생활체육 수요 확대에 발맞춰 공공체육시설을 확충해왔다. 2014년 97곳이었던 공공체육시설은 2024년 기준 170곳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학교 체육시설은 상황이 다르다. 지역사회와 연계 부족, 제한적인 개방, 체계 없는 운영으로 인해 실제 이용률은 여전히 낮다. 책임 주체 확립·운영 시스템 구축·절차 간소화·안전관리 인프라 마련 등 종합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목할 만한 사례가 독일의 학교 지역사회 체육시설 공유 모델이다. 독일은 학교 인근 도보권 내에 공공체육시설을 배치하고 설계 초기부터 교육청·지자체·시민단체가 협력해 공동 활용을 전제로 공간을 구성한다. 주간에는 학교 수업용으로, 오후와 주말에는 스포츠클럽과 주민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연간 예약계획, 간편한 관리시스템,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이처럼 '함께 쓰는 문화'는 개방을 넘어 제도화된 협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체육시설 개방 여부가 결정되고, 관리 부담과 안전 책임을 이유로 지역사회와 연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방과후 활동과 지역 스포츠클럽 간의 연계가 제도적으로 미비해, 학생들의 체육활동이 단절되기 쉽다. 학교와 지역이 서로 분리된 공간으로 인식되는 한, 체육시설은 닫힌 공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제 '열 것이냐, 닫을 것이냐'를 넘어 '어떻게 함께 운영할 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학교복합시설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교육청과 지자체가 학교복합시설을 설치할 때 재정 부담이 완화되고, 운영지원센터 설치와 경비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이는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체육공간 확산의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제주도는 지리적 여건과 인프라 특성상, 학교 기반의 생활체육 복합센터를 시범 운영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교육·체육·문화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을 중심으로, 학생은 일상 속에서 체육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지역사회는 지속가능한 체육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제주에서 먼저 그 해법을 실현할 때다. 학교와 지역이 하나 되는 체육생태계, 제주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