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플로깅 천국 제주가 되려면
지난 6월 제주도는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플로깅 앱을 출시했다. 지방 정부가 나서서 앱을 출시할 정도로 플로깅 자원이 풍부하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플로깅은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뛰거나 걷는 것이 아니라 걷고 뛰는 운동 과정에서 환경을 돌보는 활동이다.
플로깅 자원이라면 걷거나 뛰고 싶은 공간, 걷거나 뛸 사람,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그리고 끊임없이 공급되는 적당한 쓰레기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는 플로깅 최적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의 3배 면적을 가진 훌륭한 자연경관을 가진 화산섬, 걷기 여행자를 위한 관광 시스템, 갈수록 심화되는 환경위기, 그리고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다고 자부할만한 환경 분야 시민단체 활동들, 마지막으로 산, 바다, 거리 할 것 없이 어디서나 보이는 쓰레기들까지.
제주가 플로깅의 적합지라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데 정부가 나서서 앱까지 만들고 독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쓰레기는 너무 많고 인건비가 비싸니 봉사자를 쉽게 확보해서 청소를 시키기 위함인가. 관광자원으로 활용의 목적인가? 물론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환경을 지키는 건강한 시민문화를 만들고 더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자는 것이리라.
그러나 나와 지구의 건강을 함께 돌보는 환경운동으로 플로깅은 사실 제주에서 어렵다. 걷거나 뛰면서 간간이 줍기에는 쓰레기가 많아도 너무 많다. 여럿이 모여 함께 시작해도 어느새 쓰레기봉투가 무거워지고 플로깅이 아닌 쓰레기 청소가 중심이 되어 버린다.
쓰레기를 쉽게 버리는 사회는 플로깅 천국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사회로 방치한 정부는 먼저 이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 자원과 힘을 가진 정부만이 또 할 수 있는 일이다.
왔다갔다 하는 일회용품 규제와 쓰레기통의 부재, 담배꽁초 무단투기, 담배 기업에 대한 책임 강화등 쓰레기를 쉽게 버리는 문화를 고쳐 나가지 않고서는 시민사회와 함께 건강한 제주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환경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일부 시민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리는 것이다.
플로깅 문화는 우리 시민문화의 건강함과 환경문제 개선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건강한 플로깅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는 칭찬받는 예쁜 일도 좋지만 욕을 먹더라도 꼭 필요한 일을 제대로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