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기초시' 여론 왜곡…신뢰성 논란

행정 개편 대립 점입가경  민주당 여론조사 결과 후폭풍 김한규 국회의원 주장 뒷받침 유리한 여건 조성해 조사 진행 조사목적·시기도 부적절 지적

2025-08-07     윤승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기습 발표한 행정체제 개편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다. 기존 도민공론화와 같은 조건이 아닌데도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이 도당위원장 자격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공개하면서 도민공론화 결과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쟁점은 여전히 행정구역안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도민 숙의과정 결과물에 따라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등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김한규 의원은 제주시를 분할하는 것을 반대하고 제주시·서귀포시 등 2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숙의과정을 거쳐 도출된 3개 기초시안과 달리, 2개 기초시안의 경우 '유도신문'에 가까운 질문으로 여론을 만들고 있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지난 6일 공개한 설문조사의 설문지를 보면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분할하는 행정구역 조정안에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고 있다. '몇개 행정구역'을 묻는 것이 아닌, '제주시 분할'을 초점으로 잡고 찬반을 물은 것이다. 

앞서 도민 숙의과정에서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기초지식을 전하며 행정구역 재설정을 먼저 묻고, 이후 행정구역 수를 정했다. 이 과정에서 2개 기초시안의 경우 도민 숙의 및 연구용역 과정에서 일찌감치 폐기됐다. 

이번 여론조사 공개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개된 자료는 지난 5월말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정치 지형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 추진 여부와 함께 행정체제 개편 관련 내용이 더해진 것이다. 즉,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여론조사도 아니었고, 이미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에 대해 도당은 "대선 기간 중 정책 수요 조사를 목적으로 비공개 진행된 여론조사지만, 대선은 종료됐고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공론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도민 의견을 공유하는 취지에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기습 공개는 도당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한규 의원의 지시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의 주민투표 요구가 분수령에 놓인 상황에서 정부와 도민사회 모두 오영훈 지사와 김한규 의원의 '하나된 의견'을 촉구했지만, 소통은커녕 갈등에 불만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대통령실 및 정부와 이미 3개 기초시안에 대한 내용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3개 기초시안은 도민들이 결정한 것이다. 2개 기초시안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