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서 식탁까지 '복지'로…악취·품질 동시 해결
제민일보·제주특별자치도 공동기획 축산악취 갈등 넘어 ‘상생의 길’을 찾다 3. 동물복지(하)
도축 과정 스트레스 최소화, 인도적 처리 기준
외부 오염 원천 차단…AI 활용 첨단 이물 검출
가치소비 시장 공략,…프리미엄 브랜드 자리매김
축산악취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과 상생 모델을 찾기 위해 지난달 14일부터 16일까지 경기도 일원과 대전시 동물복지 선도 사례를 둘러봤다. 이번 방문에서는 단순히 개별 농장을 넘어, 사육부터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는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 동물복지 철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했다. 2차례에 걸쳐, 악취 저감은 물론 산업 전체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동물복지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알아봤다.
△ 고통 없는 마지막 길, ‘동물복지 도축’
농장에서 시작된 악취 저감 노력의 가치는 도축 과정에서도 이어진다. 돼지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는 육질을 급격히 저하시키는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도축 직전 스트레스는 육즙이 과도하게 빠져나오는 PSE육(물돼지고기) 발생을 유발해 품질을 떨어뜨린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도드람엘피씨는 동물복지 인증 도축장으로서 돼지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운송차량에서 내릴 때부터 미끄럽지 않은 바닥과 급격한 경사로가 없는(20도 이하) 하차대를 이용하며, 계류장에서는 마리당 0.83㎡ 이상의 충분한 공간과 깨끗한 물을 제공해 휴식을 유도한다.
기절 과정 역시 최소 1.25A 이상의 전류로 2~4초 내에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며, 기절 후 20초 이내에 방혈을 진행해 불필요한 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는 단순히 윤리적인 문제를 넘어, 악취 없이 자란 돼지가 최고의 품질로 완성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외부 오염 차단…‘최첨단 가공 공장’
선진의 안성 가공공장은 도축장과 외부 노출 없이 ‘지육 통로’로 직접 연결돼 있다. 도축을 마친 돼지고기가 외부 공기나 오염원에 닿을 틈 없이 곧바로 가공 공정으로 투입되는 것이다. 이는 교차오염을 막고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시스템이다.
HACCP 인증을 받은 작업장은 도체 심부 온도를 5도 이하로 철저히 관리하며 위생을 유지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최첨단 이물질 검출 시스템이다. 모든 제품은 금속탐지기는 물론 X-Ray 검출기를 통과하는데, 이곳에서는 AI(인공지능)가 X-Ray 판독을 이중으로 확인한다.
작업자가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뼛조각이나 이물질까지 AI가 분석해 알려줌으로써 식품 안전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처럼 동물복지 철학은 인도적 도축을 넘어, 소비자에게 가장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가치소비’를 만나다…악취 저감 경제적 동력
동물복지 가치사슬의 최종 단계는 소비자와 만나는 유통 현장이다. 이곳에서 악취 저감 노력이 어떻게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대형마트 코너의 동물복지 인증 브랜드 ‘바른농장’은 일반 돼지고기보다 높은 가격에도 꾸준한 수요를 보이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실제 대전시의 한 대형마트의 경우, 일부 매장에서는 일반 돼지고기와의 매출 비중이 5대 5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악취 없는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건강한 돼지고기에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높은 생산비로 인한 가격 장벽은 여전히 과제다. 바른농장 관계자는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 시 약 20~30%의 생산비가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농장에서 시작된 악취 저감 노력이 도축과 유통 과정을 거치며 높은 부가가치로 돌아오고, 그 수익이 다시 깨끗한 농장을 유지하는 데 재투자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제주 역시 이러한 '제주형 가치사슬' 구축을 통해 악취 문제 해결과 산업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고기욱 기자
※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청 지원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