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서귀포에는 장애인 병원 동행사업이 있다

강현수 서귀포시 복지위생국장

2025-08-20     강현수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나 나라, 피부 색깔을 선택할 수 없다. 주어진 그대로 태어나고 살아가며 순서 없이 생을 마감한다. 장애를 선택해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쇼펜하우어는 영원한 것 같은 욕망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서귀포시는 올해 처음 주민 참여예산을 활용해 '장애인 병원 동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동지원 서비스는 오래전부터 하고 있지만 거동 불편 장애인에게는 병원 접수부터 진료실 이용, 약 처방, 귀가까지 곁에서 도와주는 동행 매니저가 너무나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병원 동행 매니저 15명을 2개 기관에 배치했다. 사전 예약을 통해 3월부터 장애인 단체 차량 2대를 활용해서 무료로 동행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지난 5개월간 350명 넘게 이용했다. 12월이 되기도 전에 사업이 끝날 것 같아 이용 장애인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올해 단기사업으로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쉬워 내년 주민 참여예산사업 공모 신청을 또 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장애인의 아픔도 어루만져 주는 아름다운 동행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기에 꼭 선정됐으면 좋겠다. 

살아가면서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 생길 때마다 질문을 던져 보자.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건강한 신체가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동행이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 장애인 병원 동행 사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함께 응원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