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 "소방차 진입로 확보 절실"

불법 주·정차 단속 동행 취재 제주소방서 항만119센터서 원도심 일대 일제 단속 진행 통행로 주차 사례 6건 적발

2025-08-26     전예린 기자
26일 오후 제주소방안전본부 주관 항만119센터에서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행위 일제 단속'이 진행됐다.전예린 기자 

"일분일초 생사의 사투를 벌이는 긴급한 상황에서 진입로를 막은 차량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26일 오후 2시 제주소방안전본부 주관 각 소방서에서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행위 일제 단속'이 진행됐다.

이날 단속은 지휘차·펌프차·지자체 단속 차량 등 3대가 동원된 가운데 제주소방서 항만119센터~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동문시장~우당도서관 등 원도심 일대를 중심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만큼 생각보다 도로는 혼잡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대표적 혼잡구역인 일도동에 접어들자 수많은 차량으로 마을 골목길이 막혀있었다.

이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로를 확보하지 못한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소방관들은 즉시 펌프차에서 내려 수신호를 보내며 분주하게 통행로 확보에 나섰다.

단속 훈련에 참여한 한 소방관은 "현장 출동 시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 회전반경이 나오지 않아 차주를 불러야 하는 일이 있었다"며 "실제 상황이었다면 아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방차가 진입로를 확보하지 못한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소방관들은 즉시 펌프차에서 내려 수신호를 보내며 분주하게 통행로 확보에 나섰다.전예린 기자 

이날 건입동 일대에서 진행된 단속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곳곳에 주차된 1t트럭과 승용차 등으로 인해 소방차는 골목 귀퉁이에서 몇 번씩 후진 기어를 넣어야만 했다. 

좁은 골목 양옆으로 세워진 수많은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가 1km를 겨우 통과하는 데 10여 분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소방차가 쉽사리 지나가지 못하고 수십 분간 애를 먹자 이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안타까운 듯 탄식을 내뱉으며 지켜보기도 했다.

현장에 나선 강필제 소방장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해 상시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일제 단속 훈련을 하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아직까지 일부 구간에서는 불법 주정차 행위가 반복되고 있어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소방차 통행로 확보와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위법성을 알리기 위해 진행된 이날 단속에는 총 6건의 차량이 적발됐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소화전 등 소방 용수시설 5m 안에는 주차하거나 정차할 수 없으며, 위반 시 승용차 8만원, 승합차 9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행위는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원활한 소방용수 공급을 방해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서는 관련 단속 적발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보면 2022년 594건, 2023년 985건, 지난해 1167건으로 2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총 328건(북부 188건·남부 85건·동부 35건·서부 20건)이 적발됐다.

도 소방안전본부는 경각심 제고를 위해 이번 일제 단속 외에도 수시 단속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소화전 주변을 비워두는 것은 단순한 교통질서 준수가 아닌 가족과 이웃 생명을 지키는 실천"이라며 "소방차 긴급 출동과 신속한 화재 진압을 위해 불법 주·정차 근절에 대해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예린 기자 

소방차 통행로 확보와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위법성을 알리기 위해 진행된 이날 단속에는 총 6건의 차량이 적발됐다.전예린 기자 
제주소방안전본부는 경각심 제고를 위해 이번 일제 단속 외에도 수시 단속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전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