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제주 4·3과 의료인들'
록향 의료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백재중 작가가 '제주 4·3과 의료인들' 책을 펴냈다.은 그동안 보지 못한 의료계의 시각에서 4·3을 돌아보고자 한다.
'의료'라는 본질적이고 인간적인 행위를 포기하지 않은 의료인들의 고난과 헌신, 그리고 이념의 경계를 넘어 환자를 돌본 인간적 윤리를 조명한다. 해방 후 일본 의료인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제주에도 의료 분야에 공백이 생긴다.
의료 분야는 금방 인력을 채우기가 불가능한 전문 영역이므로 의료인 소수가 공백을 메워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미 군정 아래 식량 부족과 이어서 닥친 콜레라 유행은 도민 건강에 막대한 위험으로 다가왔다.
의료인들의 헌신과 도민들의 노력으로 이 위기를 이겨내자마자 4·3이라는 광풍이 섬을 덮쳤다. 광기의 시대에 제주 의료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처신했을까?
제주 4·3항쟁 속에서 제주 의료인들의 고뇌와 대응을 살펴보는 것이 책의 목적 중 하나다.
의료인들은 한라산 무장대의 일원으로 참여하거나 남로당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우파 단체인 대동청년단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의사도 보인다. 지역사회 엘리트 신분으로 해방 후 더 나은 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하다 제주사회가 혼란한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이들도 존재한다.
4·3 학살극이 자행되는 동안 제주 의료인들도 여느 도민들과 마찬가지로 희생되었다.
재판도 하지 않은 채 총살당하고, 제주 앞바다에 수장당하고, 총살 후 공항 터에 암매장되었다. 행방을 알지 못할 이들도 많다. 육지 형무소에서 징역을 살다가 학살되거나 출옥 후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다.
일본으로 밀항하거나 육지로 피신하기도 했다. 군대 입대하여 위험을 모면하기도 했다. 강제 결혼당한 간호사도 보인다.
이 책은 20세기 들어 1901년 제주민중항쟁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4·3항쟁, 한국전쟁 그리고 4·3치유 과정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서술하였다. 아울러 각 시기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항과 이에 대응하는 제주 의료계의 활동 그리고 의료인들의 회생에 대해 서술하였다.마지막에는제주 의료인들의 피해와 희생을 표로 정리하여 알기 쉽도록 했다. 건강미디어협동조합 1만6000원.김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