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의 가치, 투명경영으로 제주경제 뿌리 다진다"
제주의 미래를 여는 중소기업협동조합 <1> 제주아스콘사업협동조합 원자재 공동구매, 공정한 배정 신뢰·화합에 바탕 둔 운영 철학 전 회원 친환경 LPG 교체 결단 사회공헌·품질경쟁력 강화 지속
중소기업은 제주경제의 풀뿌리이자 핵심이다. 제민일보(대표이사 사장 오홍식)는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본부장 현승헌)와 협약을 맺고 도내 소재한 10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기획 시리즈로 소개함으로써 지역경제의 활력을 좌우하는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주경제 활성화와 협동조합 홍보 및 인식 개선을 적극 뒷받침한다. 첫번째로 제주아스콘사업협동조합을 소개한다.
제주아스콘사업협동조합(이사장 성상훈)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한 공공단체로, 국가 기간산업의 근간인 도로포장용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을 생산·공급하는 도내 15개 사업체로 구성돼 있다. 관급아스콘제품의 공공판매사업과, 아스콘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인 아스팔트(AP) 및 가열연료인 LPG를 공동구매하는 사업을 맡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원자재 수급과 제품 운송 등 연관 산업으로 지역경제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아스콘 조합의 성장 과정
제주아스콘사업협동조합은 1997년 7월 16일 설립됐다. 당시 제주 건설자재 업계는 과당경쟁과 저가 수주로 경영 위기에 빠져 있었다. 일부 업체는 도산 위기까지 내몰리며 지역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지역 기업들이 힘을 모아 자생력을 키우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결국 회원사들이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세우게 됐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강조된 정신은 '공동의 힘으로 위기를 넘자'였다.
초기에는 조합원사들의 아스콘 판매수수료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장기적 지속 가능성이 낮았고, 조합의 공공성 확보에도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따라 2010년대 들어 조합은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품질기술 세미나, 품질관리자 교육,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원자재 공동구매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특히 2011년부터 추진된 아스팔트(AP) 공동구매 사업은 조합의 운명을 바꿨다. 조합원 의지를 모아 원자재를 공동 매입하기 시작했고, 원가절감 효과는 물론 조합원사의 판매수수료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그 결과 재정자립도는 당초 0%에서 81%까지 높아졌다.
이같은 혁신은 전국적으로도 주목받아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선정하는 공동구매부문 협동조합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품질 향상과 사회공헌 적극
현재 조합은 연합회 품질기술연구원과 협력해 조합원사들의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공동구매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AP 공동구매 비율을 현재 40%에서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사회공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조합원사들이 직접 성금을 모아 소외계층 지원, 지역 봉사단체 후원 등으로 매년 수천만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집행하고 있다.
제주아스콘사업협동조합은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관급물량을 조합이 직접 배정하지 않고, 조합원사의 실무책임자를 대상으로 매달 배정회의를 통해 합의 배정하는 운영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는 특정 업체의 이익 집중을 막고, 전체 회원사의 경쟁력을 골고루 높이기 위한 제도다.
2019년부터는 아스콘 생산 때 사용하던 벙커C유 가열 연료를 친환경 LPG로 교체해 지역사회와 함께 '청정 제주' 이미지를 지켜나가는 일에도 앞장섰다. 연료교체 당시 모든 회원사가 2억원에 달하는 설비교체 부담이 있었지만 이를 감수하면서도 환경가치를 우선하는 선택이었다.
제주아스콘사업협동조합의 28년 역사는 '상생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경쟁에서 협동으로, 단기적 이익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한 그 길은 지역 산업계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과 경기 침체로 지역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지금, 이들의 뚝심이 제주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협동과 신뢰가 우리 조합의 힘"
성상훈 제주아스콘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인터뷰
성상훈 제주아스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 운영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에 대해 "투명성과 배분의 정의"라며 "특정 업체가 이익을 독점하지 않고, 모든 조합원이 함께 이익과 책임을 나누는 구조를 지켜왔다. 그 신뢰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성 이사장은 "2008년 국제 원자재 파동이 기억에 남는 위기였다"며 "아스팔트와 연료 가격이 치솟아 조합원사 모두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공동구매를 확대하고 비용 절감을 추진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특히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며 "2019년부터 아스콘 생산 연료를 친환경 LPG로 교체했다"며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부분이 있지만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고, 벙커C유를 사용할 때에 비해 환경민원이 거의 사라져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상훈 이사장은 앞으로 조합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속적인 공동구매 확대, 품질 경쟁력 강화, 그리고 친환경 경영"이라며 "조합은 한두 업체가 아니라 모든 조합원이 함께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졌다. 앞으로도 협동과 신뢰라는 가치를 지키며 제주의 건설 산업, 더 나아가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봉철 기자
김봉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