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 다 털고 한 푸소서

'제주4·3 추모위령굿' 봉행 오는 15일 와산리 마을회관

2025-09-10     박찬우 기자
지난해 위령굿 봉행 모습.

'잃어버린 마을' 종남마을 희생자 82명의 억울한 혼을 달래는 위령굿이 열린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오는 15일 와산리 마을회관에서 '찾아가는 굿 제주4·3 추모위령굿 - 와산리'를 진행한다.

이번 위령굿은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진흥원, 제주도에서 후원하고 와산리 마을회가 함께 주관한다.

와산리 당오름에 위치했던 종남마을은 제주4·3 당시 경찰과 서북청년단을 피해 조천과 함덕 사람들이 해안가의 자기 마을을 바라보거나 망 보던 장소다.

조천지서 유치장과 창고 3곳에서 중산간 마을의 도피자 가족, 인근 신촌과 신흥리 등의 도피자 가족 200~300명이 구금됐고 경찰은 조천지서 앞밭에서 어린이와 노약자를 포함한 가족을 대신 살해했다.

이 가운데 발생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달래기 위해 위령굿이 봉행된다.

이번 위령굿은 '차사 영맞이'로 차사가 망자의 영혼을 곱게 데리고 가길 비는 원혼굿이다. 위령굿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초감제'를 통해 모든 신을 청하고 죽은자에게 억울한 심정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두번째 '질치기'는 인간이 죽어 저승으로 가는 길을 닦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영혼이 저승에 잘 도착하길 기원한다.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을 저승문마다 해탈시켜 극락왕생을 빈다.

세번째 '차사 본풀이'는 차사의 신화를 노래해 망인을 구박하지 않고 저승까지 곱게 데려가도록 비는 절차다. 이때 원래 있던 세계에 신들을 돌려보낼 준비를 한다. 죽은 사람의 넋이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빌어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도진'을 통해 '초감제' 때 청했던 신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한편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제주 무형유산 전승 활동의 거점으로, 해마다 4·3 피해자, 유족 및 행불인 등을 위해 '찾아가는 굿 제주4·3 추모위령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용옥 회장은 "올해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제주의 역사와 정신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공식 인증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가치를 담아 제주4·3의 아픈 기억을 도민과 함께 치유하고자 올해는 와산리 마을 희생자 유족과 함께 정성으로 봉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