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예측해 원천 차단…AI로 냄새 잡는다

제민일보·제주특별자치도 공동기획축산악취 갈등 넘어 ‘상생의 길’을 찾다 5. 과학으로 악취 잡는 제주

2025-09-15     고기욱 기자

냄새 예측 앱 개발로 농가 자율 관리 지원

ICT·민원 데이터 학습해 확산 위험 사전 경고

전국 최초 AIoT 실증으로 저감시설 자동 제어

축산악취 저감 노력을 이어온 제주특별자치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과학적 관리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하며 선도적인 행보에 나섰다. 민원이 발생한 뒤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악취를 사전에 예측하고 원천 차단하는 과학적 관리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행정은 주민의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고 농가의 자율 관리 역량을 높인다. 이를 통해 정책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상생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1단계 : 냄새 예측 앱, 농가 자율관리 강화

제주 축산악취 민원은 2023년 1998건에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2208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끊임없이 증가해왔다. 특히 바람의 방향이나 기온, 습도 등 기상 여건에 따라 악취가 특정 지역으로 확산되며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켜왔다. 제주도가 개발한 ‘냄새 예측 앱’은 바로 이 ‘기상’ 변수에 집중한 과학적 해법이다.

제주도는 지난 5월 AI 기반 ‘양돈장 냄새예측 기상정보 서비스’ 모바일 앱을 개발해 도내 전 양돈농가에 보급했다.

기상청과의 협업으로 개발된 이 앱은 △양돈장의 ICT 악취측정 데이터 △악취 민원 정보 △기상정보 등을 AI가 종합적으로 학습해 냄새 확산을 예측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앱은 악취가 주변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농가에 실시간 푸시 알림을 보낸다.

알림을 받은 농가는 악취 발생이 예상되는 시간대에 맞춰 사전에 악취저감시설을 가동하거나 분뇨 처리, 돈사 밀폐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제주도는 지난 6월 도내 모든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앱 활용 등이 포함된 축산환경개선교육을 진행했으며, ‘24시 축산사업장 냄새민원 방제단’과 연계해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2단계 : AIoT 시스템, 자동화로 진일보

그동안 ICT를 활용한 악취 관제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냄새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농장주에게 알리는 수준에 그쳐 즉각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실증에 들어간 ‘AIoT 스마트 악취관리시스템’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예측과 동시에 저감시설을 ‘자동으로’ 제어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 시스템은 기상정보와 악취 다발 시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악취 발생과 확산을 사전에 예측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악취저감시설을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가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악취 발생 원인을 분석해 그 결과와 조치 내용을 농가와 행정에 실시간으로 알리는 기능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 6월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양돈단지 2곳을 실증실험 대상 농가로 선정하고 악취저감시설 전문업체인 ATD코리아와 협력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전문가 기술 검증과 농가 설명회 등을 통해 도내 전역으로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신기술 보급, ‘지속적인 교육’으로 완성

제주도는 새로운 기술 도입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전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정책의 현장 안착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2025년 축산환경개선교육’도 이러한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교육에서는 에어텍의 ‘양돈장 냄새예측 서비스 앱 활용법’ 발표를 통해 신기술의 구체적인 현장 적용법을 공유했다.

또한 축산환경관리원의 ‘축산농장 악취 관리 방안’, 로즈팜의 ‘양돈장 시설 현대화’ 등 전문가 강연과 제주소방안전본부의 ‘축산농가 화재·산업재해 예방’ 교육이 함께 진행됐다.

이처럼 기술 보급과 현장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병행하는 것은 정책 수용성을 높이고 농가들의 자발적인 악취 저감 노력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제주도는 앞으로도 농가 종사자 및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데이터 행정’으로 신뢰 높인다

제주도의 새로운 악취 관리 정책은 ‘과학’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냄새가 난다’는 주민의 주관적 감각과 ‘관리하고 있다’는 농가의 입장 사이에서 발생했던 불신과 갈등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해소하려는 시도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AIoT 기반 악취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양돈장 악취를 사전에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생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농가 역시 관리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앞으로도 과학 기반의 환경관리와 맞춤형 행정지원을 지속 확대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축산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투명한 관리는 행정과 농가, 주민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상생’을 실현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고기욱 기자

※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청 지원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