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스콜 현상, 제주 안전 위협한다
박창열 제주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
제주의 날씨 변덕이 예년과 다르다. 바다에 둘러싸인 제주는 본래 해양성 기후 특성을 지녀, 여름철엔 덥고 습하고 장마와 태풍 시기에 강우가 집중된다. 비가 오면 흐림이 이어지고, 맑아지면 안정된 날씨가 지속되는 것이 제주의 '예측 가능한 변덕'이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는 분명히 달라졌다. 주민들이 "스콜 같다"고 할 만큼, 갑작스러운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고, 몇 분 뒤 다시 햇볕이 내리쬔다. 기상청 관측에서도 시간당 50㎜를 넘는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고, 폭우 뒤 곧바로 맑음으로 바뀌는 짧은 주기가 두드러진다. 이는 단순한 기후 변덕이 아니라, 해수면 온도 상승과 대기 불안정이 겹쳐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징후이다.
기후학자들은 제주가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 전망해왔다. 지난 35년간 제주 연안 해수면 온도는 약 2도 상승했고, 열대 저기압의 북상 빈도 또한 증가했다. 대기 중 수증기량이 많아지면서 짧은 시간 집중호우와 강풍이 동반되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이다. 이는 관광산업과 농업뿐 아니라 도민 생활 전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출퇴근길 도로 침수, 감귤 병충해 증가, 여름철 안전사고 등 일상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아열대 기후에 대비한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 첫째, 재난안전 인프라를 보강해야 한다. 집중호우는 기존 배수 용량을 초과하므로, 저지대 배수펌프장 확충, 중산간·연안 침수 취약지역 관리가 시급하다. 둘째, 기상 예보의 정밀화를 강화해야 한다. 레이더 기반 초단기 예측과 실시간 경보 체계 강화, 신속한 안전대피 지원이 뒷받침돼야 도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셋째, 생활 속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여름철 외출 시 우비·우산 휴대, 낙뢰 시 야외 활동 자제, 마을 방송 안내 확인 등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안전 습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올해의 '스콜 같은 날씨'는 일시적 특이 현상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단면이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과 안전을 동시에 위협할 것이다. 행정의 선제적 대응은 물론, 도민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가 '스콜 섬'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안전섬으로 남을 수 있도록 지금 행동해야 한다.
<제주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