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만에 이름 찾은 4·3 의인…문상길·손선호 진혼제 엄수

경기도 고양시서 77주기 추모 행사 ‘손선호’ 하사 실명 ‘손순호’로 확인 도민 학살 막은 숭고한 저항 재조명 불의에 맞선 참군인 정신 계승 다짐

2025-09-24     고기욱 기자

“미국의 지휘 하에 한국민족을 학살하는 한국군대가 되지 말라는 것이 저의 마지막 염원입니다.”

1948년 9월 23일, 제주도민 학살을 거부하며 불의에 항거했던 문상길 중위(당시 22세)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며 남긴 유언이다.

77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23일 그의 마지막 외침이 울려 퍼졌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일대에서 ‘4·3항쟁 제77주년 문상길 중위·손선호 하사 진혼제’가 엄수됐다. 

이날 행사는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통일청년회,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올해 진혼제는 특히 서거 77년 만에 의인의 이름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그동안 ‘손선호’ 하사로만 알려졌던 인물의 실명이 ‘손순호(孫順浩)’였음이 공식 확인돼 보고된 것이다.

김영범 ㈔제주4·3연구소 전 이사장은 경위 보고를 통해, 손 하사의 5촌 조카 증언과 족보 재검독을 통해 본명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 중위와 손 하사의 ‘6·18 의거’는, 4·28 평화회담을 성사시킨 김익렬 연대장이 해임된 후 부임한 박진경 연대장의 강경 토벌 작전에 맞선 저항이었다.

김익렬 연대장 해임 후 부임한 박진경은 제주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희생을 예고했고, 이에 문 중위와 손 하사 등 9명의 애국 전사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1948년 6월 18일 박진경을 저격했다. 

결국 이들은 군사재판에 회부됐고,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는 1948년 9월 23일 수색의 한 황무지에서 총살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올해로 4번째를 맞은 진혼제에서 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은 추도사를 통해 “거사에 참여한 분들의 의로운 행위는 군인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한 참군인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역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불의에 항거한 ‘6·18 의거’로 기억돼야 할 이름들”이라며 “문상길 중위, 손선호 하사뿐만 아니라 함께 행동했던 양회천, 강승규, 신상우, 황주복, 김정도, 배경용, 이정우 하사 모두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최 단체들은 “올바른 역사를 바로 세우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한 4·3해결의 길을 끝까지 가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 굳게 믿는다”고 다짐했다. 고기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