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앞에서 바뀐 꿈, 다시 찾아온 희망"
['함께 돌봄 프로젝트' 가족 돌봄 아동·청소년 우리가] 2. 가족 돌봄 아동
'가족 돌봄 아동' 지섭이 아버지 위해 골수이식 결심
진로마저 틀어…주변 희망 전달 버틸 수 있던 계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후원 잇따라…"지원 절실"
최근 자신의 꿈을 접고 병마와 싸우는 아버지를 위해 골수이식까지 감행한 한 소년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도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가족 돌봄 아동' 지섭이의 이야기다.
지섭이는 또래보다 훨씬 일찍 어른이 돼야 했다. 몇 해 전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가족은 아버지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마저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 지섭이의 세상은 또다시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지섭이는 아버지의 병세 앞에서 골수이식을 스스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이에 지섭이는 아버지를 지키는 현실 앞에서 진로를 틀어야만 했다. 당시 지섭이는 영어교육과에 진학해 교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결국 간호학과로 진로를 전환했다. 이마저도 아버지를 위한 선택이었다.
지섭이는 "간호학과는 자격증이 있어서 취업도 안정적이고 의료 혜택 같은 것도 아버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공단이나 공기업과 같은 곳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섭이는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오히려 가족의 돌봄을 짊어진 '가족 돌봄 아동'이다. 매일 같이 오전 5시부터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고 집으로 돌아오면 직접 밥과 찌개를 준비해 아버지와 저녁을 나눈다.
그럼에도 책임감과 사랑은 잃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지섭이를 응원하는 희망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초록우산 제주지역본부(본부장 김희석)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정기 후원금을 매월 10만원씩 전달했다. 총금액만 790만원에 달한다.
또한 초록우산과 EY한영도 '가족 돌봄 아동 지원사업'을 통해 각각 100만원과 200만원을 지원했다. 초록우산 제주복지관은 학습비 360만원을 투입했다.
이 외에도 지섭이 아버지의 의료비 지원을 위해 아산재단과 혈액암협회, 제주도 암 환자 의료비 지원 등 온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섭이는 "아버지가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 무너진 세상이 주위의 도움으로 인해 버틸 수 있었다"며 "그렇게 희망은 다시 찾아왔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에 대해 전다예 제주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지섭이의 정서적 지원과 학습 멘토링, 의료 지원이 함께 이뤄졌다면 더 큰 힘이 됐을 것"이라며 "이제는 우리 사회가 지섭이의 꿈을 지켜줄 차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내에는 지섭이와 같은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가족 돌봄 아동이 학업과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서적·경제적·의료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이들의 용기가 희망이 돼 미래를 밝히는 빛이 될 수 있도록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섭이와 같은 '가족 돌봄 아동' 후원 문의는 초록우산 제주지역본부(064-753-3703)로 하면 된다. 양경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