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정신문화 살아있는 도민의 축제 '한라산 영산대재'
제26회 한라산 영산대재 18일 관음사서 봉행 설문대할망 신화극, 무용·합창 등 볼거리 다양 신화·설화, 마을신까지 전통 계승·발전 의미
제주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세상을 기원하는 '제26회 한라산 영산대재(漢拏山 靈山大齋)'가 오는 18일 오후 1시,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에서 봉행된다. 한라산 영산대재는 수많은 제주 전통과 토속신앙이 녹아든 행사로, 탐라국 시절부터 제주 각지에서 행해졌던 각종 제례를 현대적으로 복원해 2000년 관음사에서 처음 봉행한 것이 시초다. 한라산 영산대재의 유래와 의미를 알아보고 올해 행사를 미리 들여다본다.
△한라산 영산대재의 유래
한라산 영산대재는 불교의식이면서 동시에 제주의 전통신앙이 함께 어우러지는 상징적인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 기원은 탐라국 시절의 풍운뇌우제(風雲雷雨祭)를 비롯해 고려·조선시대에 걸쳐 제주의 자연신과 향토 수호신에게 감사를 전하던 각종 제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러한 제례들이 영산재(靈山齋) 안으로 수용돼 현대 불교의식으로 재탄생한 것이 바로 한라산 영산대재다.
풍운뇌우제(風雲雷雨祭)는 바람과 구름, 천둥과 비를 관장하는 신에게 농사의 풍요와 날씨의 조화를 기원하는 제사로, 물이 귀한 제주에서 특히 중요한 의식이었다.
경신공양제(敬神供養祭)는 신을 공경하며 공양을 올리는 제사로, 불교에서는 부처님과 호법신중에게 공양을 올려 공덕을 쌓고 재앙을 소멸하는 의미를 갖는다. 제주는 마을신과 자연신에게도 공양제를 올리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기원해왔다.
영산재(靈山齋)는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던 장면을 재현하는 불교의식으로, 오늘날 한국 불교의 대표적 의식이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한라산 영산대재'라는 명칭으로 봉행된 것은 2000년부터이지만, 그 연원은 일제강점기 안봉려관 스님이 제주 한라산신제의 명맥을 잇기 위해 산천단에 건립한 '제주한라산신제단법당'에서 봉행한 한라산신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1908년 일제가 한라산신제를 미신이라 규정해 금지하자, 안봉려관 스님은 1930년대 불교의 범위 안에서 제의적 전통을 이어갔고, 관음사는 이를 복원·계승해 오늘의 한라산 영산대재로 발전시켰다.
한라산 영산대재는 제주의 신화와 설화, 그리고 역사 속에 응축된 선조들의 고난과 원한을 위로하며 제주를 평화와 문화의 섬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의지가 담긴 의식이다.
이는 육지의 영산재와 달리 제주의 토속신앙과 제의가 자연스럽게 융합된 불교문화의 독특한 형태로 평가된다.
△올해 한라산 영산대재는
올해 제26회 한라산 영산대재는 오는 18일 오후 1시, 관음사 사성각 앞 특설법단에서 봉행된다.
행사는 제23교구신도회의 '행복바라미' 행사로 시작해 개회사, 신도회장 인사, 축사, 불교성전 나눔, 법공양 챌린지 등이 이어진다.
이어 무대 식전행사가 시작된다. 법고와 대고가 함께 하는 공연에 이어 도립무용단 무용수들의 화려한 무용 공연을 펼친다.
특히 식전행사에서는 제주의 창조여신 설문대할망이 내려와 제주섬과 오름들을 만들고 빛으로 화하는 장면들을 무용수의 춤과 연등으로 표현하는 신화극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이어지는 일주문 시련의식은 사찰 밖에서 영산재가 개최되는 도량으로 영가를 모셔오는 의식이다. 일주문에서 무대까지 행진이 끝난 후 법화사마야·자비량예술단이 연등을 들고 자비와 구원, 깨달음을 기원하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합창한다.
오후 2시부터는 영산대재 본행사가 열린다.
상단 헌공에 이어 중단 경신공양제가 진행되며, 경신공양제에는 도내 주요 인사들이 제관으로 참여해 헌향과 헌다, 배례, 축문낭독 등의 예를 올린다.
이 자리에서는 천신, 한라산신, 해신, 설문대할망, 영등할망, 탐라국 건국시조 고·양·부 삼성, 제주 입도조, 제주 향토 수호신 등 수백의 신위와 선조에 대한 공양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도민화합을 추구하고 제주의 발전과 안녕, 평화 염원을 발원한다.
법회에서는 한글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마음의 평안을 되새기고, 교구 연합합창단과 국악예술단, 소프라노 김선경이 함께 축가 '아름다운 나라'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후 내빈과 신도회장, 교구장 등이 도민화합과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낭독한 후 방생과 함께 행사를 마무리 한다.
이처럼 한라산 영산대재는 불교계만의 행사가 아니라, 제주의 전통문화를 계승한 도민의 의식이자 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스물여섯 번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서는 설문대할망 신화극, 무용·합창 공연, 대중 참여형 법회 등이 어우러져 제주의 전통과 신앙, 예술이 함께 살아 숨쉬는 장엄한 의식으로 도민들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