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자본 농어촌 민박 허용 재고해야
2025-10-19 제민일보
대형 자본의 농어촌민박업 진입을 허용하는 도농교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제주 민박업계는 농어촌 실거주자 보호와 시장 포화 상황을 근거로 최근 제주도농어촌민박총연합회를 출범시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협회는 기업의 진입과 사전거주의무 완화 등이 실거주 기반 민박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농어촌 소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이해관계 충돌이 아니라 농촌의 생존 기반을 지키려는 절박한 호소다.
도농교류법 개정안은 표면적으로는 농촌 지역경제 활성화와 빈집 활용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거주 요건과 사전거주 의무는 2018년 강릉 펜션 사고 이후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최소한의 장치였다. 이를 쉽사리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외지 자본이 빈집을 대량 매입해 숙박업으로 전환하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된다. 기업형 민박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한다 하더라도 농어촌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한 민박 제도의 취지에 반할 뿐더러 숙박 과잉공급 등 농어촌의 자생력은 오히려 약화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농어촌민박 제도는 지역 주민의 실거주 원칙을 지키는 한편 안전관리 강화와 서비스 품질 제고를 병행해야 한다. 또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현장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운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농촌은 대자본의 투기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