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식정류장 쓰레기 무단투기에 '골머리'
무분별한 쓰레기 처리 대책은 시행 반년만…쓰레기장 전락 주2회 쓰레기 정화 활동 불구 "비용·인력 확보 등 고려해야"
"소화기 위까지 플라스틱 컵들이 쌓여 산을 이룹니다"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에 따른 양문형 저상버스 전용 '섬식정류장'이 지난 5월 설치·운영 중인 가운데, 일대 쓰레기들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9일 오후 제주시 서광로 섬식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인파와 함께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이 앉아서 휴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벤치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특히 '소화기'라고 적힌 소방시설에 먹다 남은 플라스틱 음료병과 캔들이 쌓이면서 화재 발생 시 자칫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이날 40분가량 정류장 일대를 살펴보니 정류장 내·외부 할 거 없이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시민은 정류장에 버스가 멈춰서자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마시던 커피를 그대로 놓고 버스에 올랐다.
플라스틱에는 그가 먹다 남긴 절반가량의 음료가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한명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몇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이 그대로 버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는 순식간에 쌓여만 갔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최모씨(26)는 "섬식버스정류장을 이용할 때마다 쓰레기들이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어 보기 않좋다"며 "버스 기사님이 음료를 놓고 타라고 하시면 시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벤치나 바닥에 그래도 두고 갈때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 현모씨(37)는 "시청 근처에 저녁 약속이 있으면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특히 주말만 되면 쓰레기가 가득 쌓인다"며 "근처에 쓰레기통이나 쓰레기 정리함 등을 설치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시 서광로와 동광로~노형로, 중앙로 구간에 설치된 섬식버스정류장에 쓰레기가 무단투기 되고 있지만 단속 등 실질적인 행정 처분은 어려운 실정이다.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로 지자체의 즉각적인 조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관리 부서인 제주도 대중교통과는 대부분 버스정류장의 쓰레기통 설치 필요성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해당 관계자는 "주 2회 섬식정류장 내 쓰레기 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관련 민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쓰레기통을 당장 설치한다고 하더라고 그 비용과 인력 확보 등 고려해야 하며, 그 효과에 대한 확신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쓰레기통 설치도 좋지만 평소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행동을 자제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이 선행돼야 한다"며 "공공 쓰레기통 확충 등은 검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전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