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00억 공동주택 사업 멈췄다?…조합 재계약 거부로 조합원·하도급 업체 피해
법원 “공사 가능” 판단에도 8개월째 중단…하도급 8곳 유치권 행사 임금·자재대금 줄체불 속 피해 확산…조합원들 매달 1억6000만원 이자 부담 “조합이 스스로 공사 막았다” 내부 불만 고조…금융권도 재개 가능 입장
제주에서 추진 중인 한 공동주택 신축사업이 조합의 일방적인 재계약 거부로 8개월째 중단되면서 조합원과 하도급업체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인 A건설사의 법정관리 절차를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했지만, 당시 A건설사는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정상적인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은 2021년 6월 한 지역주택조합이 B건설사와 함께 착공한 216세대 규모의 공동주택 건설사업으로, 대지면적은 2만9622㎡, 연면적은 2만1653㎡ 규모다.
그러나 B건설사가 2022년 하반기 부도를 내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일부 하도급업체가 미지급 공사대금을 이유로 부지에 가압류를 설정했다.
이후 조합은 2023년 7월 A건설사와 새로 계약을 맺고 공사를 재개했다. 당시 A건설사는 공정률이 70%에 이르며 6개월이면 완공이 가능하다고 밝혔고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했다.
이어 지난해 7월 말 계약 만료 시점에 조합은 A건설사의 재계약 요청을 거부했다. 조합은 법정관리 중인 회사와의 계약이 위험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실제로 A건설사는 공사 지연이나 부도, 안전관리 위반 등 계약 해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역시 A건설사의 법정관리 개시 이후 회사의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공사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건설사가 부도 위험에 처한 회사로 보기 어렵고 공사도 지속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던 셈이다.
공사 중단 이후 하도급업체들은 공사비 미지급으로 인한 임금 체불과 자재 외상대금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10일 기준 설비, 전기, 도장, 미장, 창호 등 8개 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하며 현장을 점유 중이다. 한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조합장이 ‘8월 말이면 자금이 풀린다’며 일을 시켰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직원들 임금이 두세 달씩 밀리고 납품업체에서도 매일 독촉 전화가 온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조합이 자금만 집행하면 바로 공사 재개가 가능한데 스스로 사업을 멈춰놓고 우리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도급업체들에 따르면 공사비 지급 구조는 A건설사가 각 업체의 공사 진행 내역과 영수증을 정리해 조합에 제출하면, 조합이 이를 확인한 뒤 하도급업체들에게 직접 공사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조합이 자금을 통제하는 구조로, 조합이 집행을 중단하면 하도급업체들은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A건설사를 통해 서류를 올리는 역할만 했고 실제로 돈은 조합에서 바로 내려왔다”며 “조합이 지급을 멈추면 모든 게 멈추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조합은 사업 추진을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약 4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공사가 멈춘 상태에서도 200여 명의 조합원들은 매달 1억6000만원가량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 내부에서는 법정관리 절차를 이유로 공사를 지연시키면서도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역시 공사 재개 시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합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조합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조합 측이 전화를 받지 않았고, 정확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10일 기준 해당 공동주택 신축 현장은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채 폐쇄돼 있고 공사 장비와 자재만 방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