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광훈 감독 신작, '직지루트: 테라 인코그니타' 개봉

구텐베르크와 직지를 잇는 4만km 탐사 동서 문명 교류의 미지영역 추적

2025-11-13     김영호 기자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를 둘러싼 역사적 공백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제주 출신 우광훈 다큐멘터리 감독의 신작 '직지루트: 테라 인코그니타'가 지난 12일 개봉했다. 이번 작품은 구텐베르크 활자 이전 동아시아 금속활자 존재 여부를 놓고 이어져온 오랜 논쟁을 실제 현장의 기록과 학자들의 분석을 통해 재검토하는 탐사형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스페인·네덜란드 등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까지 총 9개국, 약 4만km를 이동하며 다양한 사료와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교황청 문헌고, 아비뇽 도서관, 하를렘 박물관, 스페인 사티바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등 제작진이 방문한 장소만 해도 6개월간의 취재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내 연구자들의 자료 한계를 넘어 실제 유럽 문헌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특히 '고려 왕에게 보낸 교황의 편지'의 진위를 둘러싼 학자들의 상반된 해석, 구텐베르크보다 10년 앞서 금속활자 기록이 남아 있는 발터포겔과 모레주조의 흔적, 종이 제조 기술의 이동 과정 등 다양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여러 학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개봉에 맞춰 오는 18일 롯데시네마 서청주 5관에서는 우광훈 감독과 정지영 감독이 참여하는 무대인사도 예정돼 있다. 영화는 향후 IPTV와 VOD 서비스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제2회 런던이스토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우광훈 감독은 "작은 책 한 권이 프랑스를 건너 현재의 동서양을 연결하는 상징이 됐다"며 "역사 속 증거를 단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연구자들의 시선이 대화로 만나는 과정 자체가 이번 영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티칸과 팔만대장경 경판 등 종교 문헌 속에서 발견된 교류 흔적이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제작사 아우라픽처스는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 사회적 이슈를 다뤄온 흐름 속에서 이번 작품은 역사·문헌·학제 연구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탐사 영화"라고 소개했다.  김영호 기자 

제주 출신 우광훈 다큐멘터리 감독의 신작 '직지루트: 테라 인코그니타'의 한 장면. (사진-우광훈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