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오름 산정호수 ‘바닥 드러났다?’…두 달 새 강수량 최대 85% 급감
10~11월 산지 강수일수 19일뿐…최근 10년 중 ‘부족 7위’ 기록 올해 태풍도 잇따라 약화…가을철 강수량 급감하며 수위 변화 가능성 제기 강수량과 연관성 단정 어려워…지질·환경 추가 조사 필요
제주 사라오름에 위치한 산정호수가 바닥을 보이는 현상이 관측되는 가운데 최근 두 달간 제주 산지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주지방기상청은 통계상 강수량 부족이 수위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으나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라오름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일대 해발 1338m 지점에 자리한 그릇형 분화구로, 정상부에는 둘레 약 250m 규모의 산정호수가 형성돼 연중 대부분 물이 고여 습원을 이룬다.
중앙부 수심은 약 1.5m로 가장 깊고 가뭄 시기에는 수위가 낮아지거나 바닥이 드러나는 현상이 반복된다.
제주 산지 가뭄 시기는 일반적으로 늦가을부터 초봄(11~3월)에 강수량이 줄어들고 여름철(6~8월)에 강수가 집중되는 패턴을 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이와 반대로 6월~9월에 걸쳐 가뭄이 길게 이어졌고 제주시에서는 79일, 서귀포시는 43일의 가뭄일수가 기록됐다.
기상청 가뭄지수 기준으로는 9월 이후 이달 16일까지 가뭄 단계가 발효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제주를 지나간 태풍도 대부분 약화된 상태에서 소멸했다. 13호 태풍 ‘프란시스코’, 15호 ‘꼬마이’, 28호 ‘링링’은 모두 열대저압부로 약화됐고 34호 ‘페이파’는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됐다.
태풍이 잇따라 약화되면서 제주에 유입된 강수량이 크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에서 가을철 강수량 부족이 겹치면서 산정호수 수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과 11월 제주 산지 강수일수는 각각 16일과 3일로, 19일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6일, 2023년에는 16일이었다.
산지 강수량 역시 올해 10월 226.5㎜, 11월 89.5㎜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4.5㎜, 545.5㎜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10월 약 34.3%, 11월 약 83.6% 감소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올해 10~11월 강수량은 최근 10년 중 부족 수준으로 7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은 강수량 부족과 수위 저하가 직접적으로 연결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려면 지질·지형적 요소까지 포함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강수량 통계를 고려하면 이번 현상에 강수 부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다.
산정호수는 지하수·유출입 경로가 제한된 지형적 특성 탓에 단기간 강수 부족에도 수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라오름 수위 감소가 일시적 자연 변동인지, 강수 패턴 변화나 다른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지는 향후 자료 분석과 현장 조사를 통해 규명될 전망으로 이번 현상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