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동학대 피해아동 499명…본인 신고 236명 ‘높은 비중’

전체 신고 76%가 비신고의무자…경찰·전문기관 예방 대책 마련 “조기 발견 어려워”…주변 보호체계 한계 지적

2025-11-18     조병관 기자
조병관 기자

제주지역 아동학대 피해아동 수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고접수 건수는 큰 변동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피해 아동 스스로 신고한 비율이 높아 학대 상황이 주변에서 조기에 발견되지 못하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지역 아동학대 피해아동 수는 △2021년 747명 △2022년 424명 △2023년 499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대비 2023년에는 약 75명(17.7%) 증가했으나, 전체적으로는 큰 폭의 변화 없이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피해아동 발견율은 인구 1000명당 4.54명으로, 약 4~5명의 아동이 학대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발생한 아동학대 피해는 모두 844건이며, 이 가운데 신고의무자 신고는 194건이었다. 세부적으로 초·중·고교 교직원이 85건(43.8%)으로 가장 많았고 아동복지 전담 공무원이 33건(17.0%)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비신고의무자 신고는 650건(76%)으로 훨씬 높았다. 이 가운데 부모 신고가 245건(37.7%), 아동 본인 신고가 236건(36.3%)으로 본인 신고 비율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아동 본인이 직접 신고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에 대해 학대 정황이 주변에서 충분히 조기에 발견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해 3월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올해 3월 19일 A씨는 병원에서 아들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자해 행동을 하게 하고 얼굴을 두 차례 가격한 혐의로 입건됐다.

같은 달 25일에는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자녀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머리를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한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집계한 제주지역 아동학대 112신고는 △2022년 528건 △2023년 478건 △지난해 480건으로 최근 3년 모두 500건 안팎을 유지했다.

제주경찰청은 아동학대 전담공무원과의 동행 출동을 통해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피해아동 대상 학대예방경찰관(APO)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학대는 부모의 정서적 소진이나 양육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가족 전체의 기능이 약화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아동 보호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19일은 아동학대예방의 날로, 제주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25년 아동학대 추방 및 예방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행사에서는 송성욱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이 현장에서의 대응 경험을 공유하고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