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애월서 1만평 국유지 사유화?…제주시 예산 없다 ‘뒷짐’

평탄화·조경수 식재까지 확인…국유지 무단 점유 의혹에도 수개월간 현장조치 없어 취재 후에야 “예산 있었다” 말 바꾼 제주시…주민들 “수년간 행정 부재가 만든 결과”

2025-11-19     조병관 기자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소재 캠핑장                                                                                                                                              조병관 기자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일대 약 1만평 규모의 국유지가 무단 점유·형질변경이 이뤄졌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제주시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토지는 지목상 ‘국유지 도로’로, 지정 면적은 3만6287㎡에 이른다. 이는 축구장 약 5배 규모다.

토지 확인 결과 이곳에는 2019년까지 실제 도로가 존재했으며, 2018~2019년 사이 캠핑장 조성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주민 A씨는 “과거에는 차량 통행이 가능했지만 캠핑장 조성 과정에서 포크레인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고, 나무까지 심으면서 길을 막아 통행이 불가능 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캠핑장 관계자는 “위성사진은 오차범위가 5m 이상이라 정확하지 않다”며 “해당 구역은 원래 차량이 다니던 도로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차량 통행이 가능한 도로였다면 캠핑장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캠핑장 자체는 인허가를 받아 운영 중”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국유지를 점용하거나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해당 캠핑장은 이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캠핑장 운영 인허가와는 별개로 국유지 사용허가는 받지 않은 상태다.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소재 캠핑장                                                                                                                                              조병관 기자

본지 취재 결과 국유지 구간에는 평탄화와 조경수 식재, 진입 공간 차단 등 형질변경이 의심되는 작업이 다수 확인됐고 이 과정에서 사유지 경계 침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시 건설과 관계자는 최초 통화에서 “무단 점유 여부를 판단하려면 측량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소진돼 내년으로 미뤄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국유지 사유화 민원이 반복 접수됐음에도 수개월간 아무런 현장 조치를 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취재가 이어지자 이 관계자는 “예산을 다시 확인해보니 남은 예산이 있었다”며 “올해 안에 측량을 진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주민들은 “2019년까지 존재하던 도로가 사라지고 국유지가 사적으로 이용되고 있는데도 행정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했다”며 “수년간 관리 부재가 반복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유지를 사유지처럼 사용할 경우,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산지관리법·농지법 등 관련 법령 위반이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