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공동체는 좋은 마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산읍 주민자치회, '사랑의 경로식당' 개최
성산읍 주민자치회(회장 오금철)는 지난 11월 13일 성산 국민체육센터에서 현기종 · 양홍식 제주특별자치도 도의회 의원, 관내 14개 마을 이장 및 어르신 400여 명을 초청해 '사랑의 경로 식당'을 열었다. 주민자치회가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이번 행사는 어르신들의 평생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 마을 간 교류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뜻깊은 자리였다.
무엇보다 눈에 띈 점은 주민자치위원들이 새벽부터 한마음으로 모여 직접 전복죽과 반찬, 양념 고기 등을 정성껏 조리해 마련했다는 점이다. 요즘 대부분의 행사에서 외부 업체의 도시락이나 출장급식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주민들이 손맛을 더해 준비한 식사는 어르신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행사장 곳곳에서도 "오늘 밥이 참 따뜻하네", "정성 들인 음식이라 더 맛있다"라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숟가락 난타, 색소폰 연주, 고고 장구 등 주민 공연팀의 무대가 이어지며 체육센터는 오랜만에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다. 각 마을에 전세한 버스를 통해 이동을 지원하는 등 접근성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세심한 배려도 이루어졌다. 김경범 성산 읍장은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되어 어르신을 모시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라며 "앞으로도 주민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도 어르신들을 위한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몇 가지 보완점이 지적됐다.
첫째, 식사 시간이 다소 촉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원 규모와 비교하면 테이블 간 간격과 회전 동선이 부족해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음식 제공 속도에 차질이 생겼다. "천천히 먹고 싶은데 사람이 많아 미안해서 얼른 일어났다"라는 어르신의 아쉬움도 들렸다.
둘째, 공연 관람과 식사를 한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한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일부 어르신들은 "공연은 좋았지만, 밥 먹는 동안 소리가 너무 커서 이야기 나누기 어려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에는 식사 공간과 공연 공간을 분리하거나, 공연 시간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사랑의 경로 식당'은 주민이 준비하고 주민이 함께 나누는 진정한 자치 행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역할을 나누며 행사를 완성해냈다는 점은 공동체의 힘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행사가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자치회 시범 시행 보조사업으로 추진된 만큼, 앞으로 성산읍은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행사 운영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는 행사장의 접근성 개선, 안내 인력 배치 강화, 어르신 맞춤형 편의 제공 등 세부적인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더욱 안전하고 품격 있는 경로잔치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르신 중심'이라는 기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성산읍이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 더 성숙한 주민자치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따뜻한 마음 위에 '전문성'이 더해질 때 비로소 주민들은 "이 행사는 정말 우리의 행사였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행사가 보여준 따뜻한 공동체 정신이 앞으로도 성산읍 전역으로 퍼지며, 주민이 함께 만드는,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