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 중증외상환자의 마지막 보루

365일 24시간 원스톱 시스템 1시간 내 수술, 골든타임 확보 중증 외상 환자의 최전선 역할 산업재해 3대 안전 수칙 준수

2025-11-19     전예린 기자
권오상 센터장은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을지대학교 외상전담전문의 등을 두루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예린 기자 

산업 현장에서의 추락, 공장 기계 끼임 사고, 어선 사고 등 근로 현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 내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후유장애를 안게 될 수 있다. 특히 제주지역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신속한 이송과 전문적인 외상 치료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은 제주에서 유일하게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 권오상 센터장을 만나봤다. 

△권역외상센터는?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작업장 사고 등으로 인한 다발성 골절, 장기 파열, 과다 출혈 등 심각한 손상을 입은 '중증외상환자'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흉통이나 복통, 고열 등 다양한 응급질환 환자를 포괄적으로 진료하는 일반 응급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제주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외상응급의학과, 외상외과, 외상심장혈관흉부외과, 외상신경외과 등 외상 전담 전문의가 365일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며 환자가 센터에 도착하는 순간 외상 환자 전용 소생실에서 치료를 시작한다.

외상환자 소생실에서는 영상 검사, 응급 처치가 바로 이뤄지고 필요할 경우 바로 수술을 진행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가동한다. 

한마디로 골든타임 1시간 이내에 최종 수술까지 가능한, 외상 환자 생존을 위한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중증외상환자란?  

의학적으로 손상 중증도 점수(ISS, Injury Severity Score)'가 15점 이상인 환자를 말한다.

예를 들면 △건설 현장 2층 높이(약 3~5m) 이상에서 추락해 머리를 다치거나 다발성 골절이 의심되는 환자 △작업 중 기계에 신체 일부가 끼어 심각한 압착 손상을 입은 환자 △대형 교통사고로 복강 내 출혈과 골반 골절 등이 동시에 발생한 환자 △농기계 전복 사고로 중상을 입은 환자 등이 외상센터로 내원하게 된다. 

이 환자들은 즉각적인 수술이나 집중 치료가 없으면 24시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 119구급대와 같은 현장 구급대원의 판단으로 바로 센터로 이송된다.

△산업 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환자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 제주지역에서만 산업재해 사고로 7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망 통계일 뿐 센터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한순간의 사고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거나 장기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 중증환자도 많기 때문이다.

국내 산재 사망사고 1위는 추락이며 그다음이 끼임, 부딪힘 순서로 나타난다.

제주지역도 이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 관광산업 발달로 수많은 건설 현장이 있고 농업과 어업 같은 1차 산업의 비중도 여전히 높다 보니 △건설 현장 추락 △감귤 수확 철 농기계 사고 △조업 중 사고 등으로 이송되는 환자가 지속해서 발생한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외상센터 의료진이 365일 24시간 사투를 벌이지만 가장 좋은 것은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다. 즉 예방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산업재해 3대 안전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추락 사고 방지를 위한 예방이 필요하다. 작업 시 안전모는 꼭 착용해야 하며 높은 곳에서 반드시 안전대(안전띠)를 체결하고 안전 난간 확인이 필요하다. 

끼임 방지를 위해서는 기계를 점검하거나 수리할 때 반드시 전원을 차단하고 '점검 중'과 같은 표지판을 부착해 동료가 실수로 기계를 작동시키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수 보호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안전모, 안전화, 안전 장갑은 사고 시 내 몸을 지켜줄 유일한 '갑옷'이므로 귀찮더라도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수칙은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약속이다. 오늘도 무사히 일과를 마치고 웃으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앞으로의 권역외상센터의 포부는?  

제주권역외상센터는 제주지역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낮추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살릴 수 있었던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제주에서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119 구급대, 해경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외상 전문인력을 꾸준히 양성해 24시간 빈틈없는 진료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다. 

한편 제주근로자건강센터는 안전보건공단 산하 기관으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산업간호사, 운동처방사, 물리치료사, 산업위생기사, 직무스트레스 상담사 등 근무하며 건강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도내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정리=전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