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제주칠머리당영등굿' 기획공연
와산리 본향당 제석불도 할마님 신화 바탕 당본풀이·산신놀이 한자리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제주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에서 기획공연 '당본풀이로 알 수 있는 마을굿, 눈미와산 당오름 고장남밧 제석불도 할마님'을 선보인다고 20일 밝혔다. 2년 만에 열리는 자체 기획 공연이다.
공연의 모티프가 된 와산리 당오름 본향당 굿은 마을의 풍요와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해온 대표적인 제주 당굿이다. 세대를 거쳐 구전되어 온 당본풀이와 생활 의례를 품고 있어 제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핵심 무형유산으로 평가된다. 본향당의 신인 제석불도 할마님은 옥황상제의 말젯따님으로 전해지며, '눈미와산 당오름에 내려와 고장남밧에 좌정했다'는 내림 신화는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기반으로 이어져 왔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신화를 서사 구조로 삼아 △웃당본풀이 △삼석 울리며 내려옴 △본향듦 △알당본풀이 △산신놀이 △각산받음 △도진 등 굿의 절차를 실제와 가깝게 무대화한다. 특히 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산신놀이를 재현해 굿의 흥과 신명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와산리 본향당에서는 음력 3월 13일 본향대제, 7월 7일 칠석제, 11월 13일 시만국제를 올리며 공동체 의례를 이어왔다. 일제강점기 일부 당이 소실돼 의례가 중단된 시기도 있었지만 최근 정비를 통해 전통을 되살리고 있다. 현재 본향당의 메인 심방은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장이자 전승교육사인 이용옥 선생이 맡고 있다.
공연은 무료다. 국가유산청과 와산리 마을회가 후원한다. 문의는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064-753-7812) 또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보존회는 "제주의 굿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공동체의 삶과 자연관을 품은 생활문화의 뿌리"라며 "이번 공연이 도민들이 전통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