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침체' 제주 '숨통' 트일까?...지방공사 지역제한입찰 확대
공공·지자체 발주 제한입찰, 150억 미만까지 넓혀 제주 건설협회 "실적 기준 조정 없다면 경쟁 제한 부작용 우려"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 발주 공사의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150억원 미만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침체에 놓인 제주 건설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1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방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최근 지방 건설사의 경영난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부안에 따르면 공공기관(기존 88억 미만)과 지자체(기존 100억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이 150억원 미만으로 상향된다. 정부 시뮬레이션에서는 지역업체 수주가 기존 대비 약 7.9%(2조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낙찰 평가에서도 지역경제 기여도 가점이 강화되고, 적격심사낙찰제 역시 지역업체 참여 가점이 신설된다.
제주는 최근 건설경기 침체 폭이 특히 큰 지역이다. 공공·민간 발주 모두 위축되며 중소업체의 수주 물량이 급감했고, 현장 가동률도 크게 떨어졌다. 건축 인허가, 착공 물량 등 주요 지표가 2~3년째 내리막을 이어가면서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는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기본적으로 환영 입장을 보이면서도 "제주 특성이 고려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회는 "지역제한 금액이 100억에서 150억으로 확대되면 지역업체의 수주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라면서도 "제주는 대규모 실적을 보유한 업체 수가 많지 않아 경쟁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현재 100억~300억 공사는 최근 3년 실적을 1.8배 반영해 평가하는데,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제주 업체들이 경쟁하기 어렵다"며 "100억 미만 공사처럼 실적 평가 기간을 5년으로 확대하고, 실적 배수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협회는 일부 지역에서 제기된 '발주기관의 적극적 적용' 요구와 관련해서 "지역제한 입찰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규정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실제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적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도회는 "이번 조치가 장기 침체 국면에서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지만 정부 대책이 '수도권·대형 지방도시 기준'으로만 설계될 경우 제주에 실질적인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발주기관의 적극적 집행과 함께 지역 현실을 반영한 세부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