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지식정보의 근간' 인쇄업 자부심 지켜온 조합
[기획] 제주의 미래를 여는 중소기업협동조합 <8> 제주특별자치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1963년 출범 인쇄산업 성장 견인 '협동의 힘'으로 산업 위기 돌파 공정경쟁·저작권 등 현안 해소 공동물류, 친환경 등 미래 대비
제주도내 중소기업 협동조합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은 1963년 출범해 60여년간 제주 인쇄산업을 지탱해왔다. 갈수록 산업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지만 지식정보산업의 근간이라는 자부심 아래 52개 조합원사가 똘똘 뭉쳐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제민일보(대표이사 사장 오홍식)와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본부장 현승헌)의 도내 주요 중소기업협동조합 기획 시리즈 여덟 번째로 제주특별자치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을 소개한다.
△인쇄조합 태동부터 현재까지
제주특별자치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이사장 고상호)은 1963년 10월 11일 7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창립총회로 시작해 이듬해 2월 대한인쇄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가입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조합은 초대 강성언 이사장부터 현재 고상호 이사장에 이르기까지 62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시장 규모가 한정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인쇄업체들이 개별적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일들을 협동조합의 힘으로 풀어낸 것이다.
특히 1991년 정부가 단체수의계약 제도를 본격 시행하면서 호황기를 맞아 조합원사가 150여곳까지 늘기도 했다.
△규모의 한계, 협동의 힘으로 극복
제주특별자치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의 핵심 역할은 조합원사들이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책적·제도적 문제를 협동조합의 연대로 풀어내는 데 있다.
디지털화 흐름 속 상업 인쇄업계의 침체, 세제상의 모순, 공공기관 수요 감소 등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체 개발 업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법무법인들이 조합원사들에게 저작권 침해 내용증명을 잇달아 발송하자, 조합이 나서 조합원사들이 저렴하게 서체를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또한 공공기관이 제작한 무료 서체를 보급하고, 유료 서체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비영리단체나 공공기관의 불공정한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와 협력해 정부의 지원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조합 자체 육성책도 추진 중이다.
△공동물류센터 건립 추진
출판·인쇄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로 도내 인쇄업의 경영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은 조합원사들의 원재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공동물류센터 건립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각 인쇄업체가 개별적으로 도내·외에서 종이 등 원재료를 매입하면서 경영비 상승과 단가 경쟁력 약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조합이 제지회사로부터 인쇄용지를 공동구매해 공동물류센터를 통해 공급해야만 원가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업체 난립으로 인한 과당 경쟁을 줄이기 위해 조합추천 수의계약제도 등 전통적 인쇄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인쇄문화 자부심 바탕으로 위기 극복 최선"
[인터뷰] 고상호 제주특별자치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인쇄는 문화와 역사의 근간이며 뿌리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지식정보산업 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 인쇄문화 종주국의 후예로서, 새로운 인쇄업의 미래를 그려나가겠습니다"
고상호 제주특별자치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인쇄업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업계가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조합은 제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중소기업 협동조합이지만, 전국의 인쇄조합과 비교하면 회원 수나 인쇄 건수, 물량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정부의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시행됐을 때는 호황이었지만 제도 폐지 이후 어려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식정보를 기록·확산하고 비판적 사고의 기반이 되는 인쇄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또한 제주의 중소기업·제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인쇄업 재도약이 필요하다"며 "불합리한 경쟁 구조를 개선하고, 조합원사들의 경영비 절감을 위한 과제를 역점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이사장은 "특히 조합추천 수의계약제도는 2000만원 미만 발주에 대해 조합이 조합원사 중 5개 업체를 추천하면 발주처가 선택해 계약하는 제도로, 180여개 인쇄업체가 난립한 제주의 비정상적 시장 상황에서 전통적 인쇄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합원사들의 원가 부담을 덜기 위한 공동물류센터 역시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이며, 공유재산 부지 장기임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친환경 잉크·재활용 종이 사용 등 친환경 인쇄에도 선제 대응해 산업 이미지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