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일상화된 폭염, 위기를 기회로

박창열 제주연구원 제주재난안전연구센터장

2025-11-23     박창열

지구는 뜨거운 행성으로 변하고 있다. 작년은 우리나라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고, 북미와 아시아, 유럽 전역에서 이상고온이 일상화되고 있다. 한반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폭염일수는 두 배 이상 늘었고, 작년 온열질환자는 2014년 대비 6배, 사망자는 30배 이상 증가했다.

제주는 더욱 심각하다. 한때 해양성 기후 덕분에 여름이 온화했던 제주는 최근 그 완충효과가 약화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열대야가 나타나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10년 전보다 열대야일수는 1.5배 늘었고, 밤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해도 있다. 낮뿐 아니라 밤에도 식지 않는 열로 야간 폭염이 일상화되며 체온 회복이 어려워지고, 수면장애와 만성 피로, 온열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월은 제주의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0월이었다. 전문가들은 제주의 겨울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가속화되면서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으며 이는 농업·관광·보건·도시계획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폭염은 이제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인명피해와 산업 차질을 초래하는 사회적 재난이 됐다. 

향후 폭염 정책은 단순 대응 관점에서 벗어나 기후적응형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제주형 야간 폭염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야간 무더위쉼터 확대, 이동형 쿨링존 운영, 냉방취약가구 대상 야간 순찰 등이 필요하다. 둘째, 고령층과 단독가구 비율이 높은 제주의 특성을 고려해 'Heat Buddy' 돌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관광산업 중심의 제주는 다국어 폭염 행동요령 안내와 관광지 냉각쉼터 확충 등 관광객 안전대응체계를 병행해야 한다.

뜨거워지는 지구와 함께 제주의 계절도 변하고 있다. 가을이 더워지고, 겨울이 사라지는 시대에, 우리는 폭염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