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제주, 스크린에 담다...영화 '한란' 26일 개봉

산과 바다 건너 살아남기 위한 모녀의 여정

2025-11-24     김영호 기자

제주4·3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한란'이 오는 26일 개봉한다. 

24일 제작사 웬에버스튜디오(언제라도·제주)와 배급사 ㈜트리플픽쳐스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1948년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으로 몸을 숨긴 모녀가 살아남기 위해 산과 바다를 건너야 했던 여정을 담았다. 제목 '한란'은 겨울에도 꺾이지 않고 피어나는 한라산 난초를 의미하며, 시대의 폭력 속에서도 삶을 놓지 않았던 제주 사람들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영화는 웬에버스튜디오가 제작·제공하고 ㈜트리플픽쳐스가 공동제공·배급을 맡았다. 

제작진은 4·3의 비극적 장면을 정면으로 재현하기보다,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를 지키며 살아야 했던 한 제주 여성의 감정과 선택, 그리고 남겨야 했던 목소리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제작사가 4·3을 다룬 장편 상업 배급 영화로 확장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주인공 아진 역은 배우 김향기가 맡았다. 학살의 충격으로 말을 잃은 딸 해생은 아역 김민채가 연기한다. 김향기는 최근 SNS에 촛불을 들고 동굴 속에 선 사진을 공개하며 영화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전해 화제를 모았다. 주요 촬영지는 제주 현지다. 동굴 장면 역시 제주 자연의 질감과 공간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작품의 모든 대사는 1948년 당시 제주어로 구성됐다. 김향기는 제주어 감수자와 일대일로 연습하며 억양과 호흡을 익혔고, 촬영 전 제주4·3평화기념관을 찾아 생존 여성들의 증언 자료를 읽으며 인물의 감정선을 준비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독립영화 '한란'은 오는 26일부터 전국 롯데시네마·CGV·메가박스 등 200여개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독립·예술영화관 30여곳도 상영에 참여해 관람 문을 넓혔다. 지난 23일 막을 내린 제3회 제주4·3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돼 제주 관객과 먼저 만났다. 

하명미 감독은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아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4·3을 다시 바라보길 바랐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김향기 배우는 "어머니라는 역할보다 그 시대를 살아낸 한 인물의 생존 의지에 집중했다"며 "제주 여성들의 강인함과 품을 스크린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