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없는 들불축제는 껍데기"
고태민 위원장 "전통 회복이 먼저다"
제주들불축제를 둘러싼 정책 혼선이 다시 정치권의 도마에 올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고태민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은 25일 제444회 정례회 도정질문과 예산심사에서 "들불축제가 정체성을 잃은 채 '양두구육(羊頭狗肉)'식 껍데기 축제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전면적인 방향 전환을 요구했다.
고 위원장은 "1997년 시작된 들불축제는 제주의 생업·의례 문화를 담은 상징적 행사지만 최근 3년간 정상 개최조차 이루지 못했다"며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1억원을 투입하고도 불 한 번 제대로 피우지 못한 것은 심각한 행정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어 "2026년에도 18억원이 추가 편성된 만큼 축제 정상화의 분기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민·의회 여론도 축제 운영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23년 숙의형 원탁회의 결과 축제 유지 의견은 50.8%로 간신히 과반을 넘겼고, 올해 도의원 대상 조사에서는 디지털 전환 반대가 59.1%로 집계됐다. 축제 명칭 폐지 찬성 의견도 50%에 달했다.
고 위원장은 "도민 의견을 외면한 채 추진하는 디지털 중심 축제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며 "전통을 지우는 방식이 아닌, 본래 의미를 복원하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법 해석을 둘러싼 행정의 입장도 논란이다.
고 위원장은 "도정은 새별오름이 산림이 아니라면서도 불놓기는 산림보호법 위반이라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산림청 역시 명확한 위법 판단을 내린 적 없으므로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놓기가 어렵다면 최소한 달집태우기나 통제된 불꽃 연출이라도 검토해야 한다"며 "새별오름 일부 잡목 제거를 통해 위험 요소를 완화할 수 있다. 행정은 의회와 도민이 바라는 방향을 외면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제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이에 대해 "향후 세부 계획을 설계할 때 위원님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고 위원장은 "들불축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정체성을 회복한 뒤 제주 대표 축제로 살려내야 한다"며 "도의회 다수와 도민 여론이 디지털 전환에 반대하는 만큼, 도정이 예산 심사 전에 책임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