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재(靈山齋)

2003-09-29     제민일보
천도재(薦度齋)는 죽은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이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49재다. 49재가 끝나면 100일재와 소상·대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요즘은 49재 이상을 하는 곳이 별로 없다. 사람이 죽으면 7일째 되는 날부터 49일째 되는 날까지 매 7일마다, 그리고 100일째와 1년째, 2년째 되는 날 모두 합하여 10번 명부시왕으로부터 한번씩 심판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49재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여러 왕 중 지하의 왕으로 알려진 염라대왕이 심판하는 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49재만큼은 치르는 경우가 많다. 천도재는 의식절차에 따라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와 각배재(各拜齋)·영산재(靈山齋)로 나뉜다. 특히 영산재는 의식이 매우 장엄하다. 지난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됐다.

불교계에 따르면 영산재는 중국 당나라로부터 고려와 조선을 거쳐 전승돼오고 있다. 이 영산재는 온 세상 모든 성현과 수행자와 높은 스승을 청하여 봉양하며 법문을 듣고 시방의 외로운 혼령을 천도한다. 또 무주고혼 영가들에게 장엄한 법식을 베풀어 극락왕생 하도록 하는 의식이다.

그러한 영산재가 지난 27일 제주에서도 있었다. 관음사에서 봉행된 2003 한라산 영산대재가 그것이다. 20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치러진 이 행사는 점등의식과 산사음악회도 곁들여져 운치를 더 했다. 특히 이 영산대재는 탐라전통제례문화의 종합적 복원을 시도하는데 더 의의가 있다. 그래서 한라산신을 비롯 설문대 할망, 각 성씨의 입도조 81신위, 신당의 당신 368신위 등이 모셔졌다. 행사 주관측에서도 탐라국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풍운뇌우제(風雲雷雨祭)를 비롯 조선조까지 국제와 도제로 열렸던 사직대제(社稷大祭), 한라산제, 성황발고제(城隍發告祭) 등의 경신공양제(敬神供養祭)를 재현했다고 밝혔다. 제주창조의 신화와 설화, 역사속에 응결된 선조들의 고난과 원한을 씻어내 서로 화해하고 해원상생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 영산대재의 당초 의도대로 도민 화합과 통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정웅·편집부국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