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는 6월 한달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2002 월드컵 축제가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각 업체에서의 준비정도, 성과와 문제점을 파악키 위해 도내 관광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도내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했으며 그 중 87개 업체 설문지가 회수됐습니다.<편집자 주>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지난 3월 월드컵 경기 개최로 제주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최대 117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제주본부가 이 같은 전망치를 내 놓게 된 것은 제주도와 도 관광협회가 서귀포 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관람을 위해 제주를 찾을 외국인 관광객수를 5만5000~7만명 수준으로 추정한 것을 근간으로 이들이 제주에 3일간 체류할 것으로 보고 산정한 수치였다.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의 관광수입만 최소 521억원에서 66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바램이었고 희망이었다.

2002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해 전 세계가 놀라고 온 국민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열광했으나 실물경제는 냉정했다.

한국팀 선전과 실물경기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반대방향으로 전개됐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도내 경제주체들은 제주도를 비롯해 6월한달 전국 10개 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응답자 중 19.5%인 17개업체가 ‘평상시보다 매출이 감소할 것’,9개업체(10.3%)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예상했을 뿐 61개업체(70.1%)는 매출증대에 매우’ 또는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업체들은 매출증대폭에 대해 30~4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업체가 15개 업체로 가장 많았으며,13개 업체는 10~20%,12개 업체는 20~30% 가량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매출이 감소를 전망한 업체는 8개업체가 20~30%,7개업체가 10~20%,그리고 6개 업체가 1~10% 감소를 예상했다.

이 같은 긍정적 전망에 근거해 손님맞이를 위해 환경·시설개선에 투자한 업체만도 87개업체 중 59.7%인 52개 업체에 달했다.

이중 1000만원 미만 투자한 업체가 30개 업체로 가장 많았으며,1000만원~3000만원 8개업체,3000만원~5000만원 1개업체,5000만원~1억원 1개업체,1억~2억원 3개업체,2억원~3억원 1개업체,그리고 3억원 이상 신규 투자했다고 밝힌 업체도 무려 8곳이나 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특급호텔과 항공사에서는 수십억원을 시설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특수를 단단히 누릴 것이란 기업체의 기대는 그러나 예상을 빗나갔다.

월드컵이 열린 6월 한 달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광협회가 3일 밝힌 6월 관광객 동향에 따르면 내국인이 23만7632명으로 전년에 비해 11.7% 감소했으며 외국인만 3만239명으로 6.8% 증가했을 뿐 전체적으로는 11.7%가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당초 예상을 크게 무너뜨렸다.

자치단체와 관광협회 등 도내 기관에서 예상한 외국인 관광객은 5만5000~7만명 수준으로 실제와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다.또 이들 외국관광객 대부분은 1박2일 또는 당일 코스로 제주를 찾았을 뿐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업체의 답변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설문답변 87개 업체 중 이번 월드컵이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업체는 ‘충분히 충족시켰다(13개업체·15.1%),‘어느 정도 충족시켰다(13개업체·15.1%)’로 30.2%에 불과했으며,‘기대에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업체는 41개업체 47.7%에 달했다.‘그저 그렇다’는 업체도 19군데에 22.1%를 차지했다.결국 69.8%인 60개 업체가 부정적 답변을 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이번 월드컵이 매출증대로 이어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거꾸로 감소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16개 업체 18.9%만이 매출증대에 매우 좋은 영향을 미쳤다(2.4%)’ 또는 ‘다소 영향을 미쳤다(16.5)’라고 답했을 뿐 19개 업체 22.4%는 ‘평상시와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특히 18개 업체(21.2%)에서는 ‘매출이 다소 감소’됐으며,32개 업체(37.6%)에서는 ‘매우 감소’된 것으로 조사됐다.결국 50개업체 56.8%가 수천만원에서 수억대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오히려 떨어 이번 월드컵이 단기적으로 지역경제 부양에 도움을 주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매출증대 폭도 미미했다.

매출이 증대했다고 밝힌 곳은 21군데.그러나 이중 11개 업체가 1~10% 증대에 그쳤을 뿐 6개 업체는 11~20%,그리고 각 2개 업체가 20~30%,30~40% 늘었다고 답했다.

이와는 거꾸로 매출감소 업체는 56곳으로 11~20%(13개업체·23.2%),30~40%·1~10%(각 9개업체·16.1%),20~30%(8개업체·14.3%)순으로 감소했으며,60~70%(6개업체·10.7%),그리고 40~50%·50~60% 감소한 업체도 각 5군데 8.9%로 나타났다.

7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힌 업체도 한군데 있었다.

또 매출증대 21개 업체 중 시설투자비를 전액 회수한 업체는 5군데에 불과했으며,2군데는 50%,4군데는 30%,그리고 3군데가 10% 가량 회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시설투자비 회수가 장기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더라도 이번 월드컵 특수를 감안할 경우 매출증대 업체도 단기적으로는 적자영업을 한 셈이다.

제주월드컵을 결산하면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과연 중국 특수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밝히자만 특수는 있었으나 그 효과는 적었다.

87개 업체 중 ‘중국특수를 많이 느꼈다’는 업체는 6군데뿐이며(6.9%),37개 업체(42.5%)는 ‘다소 느꼈다’고 답했다.‘이전과 차이 없었다’는 업체도 9군데(10.3%)에 달했으며,중국 특수를 느끼지 못한 업체도 35개업체(40.2%)나 됐다.

이는 지난6월8일 제주에서 열린 중국-브라질전으로 중국관광객이 대거 내도 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1박2일 또는 당일 코스여서 실질적인 효과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월드컵 경기로 위안을 삼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향후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참여기업제 중 68개 업체 78.1%가 ‘매우 좋은 영향’또는 ‘다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 업체는 1군데에 불과했다.18개 업체(20.7%)는 ‘그저 그렇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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