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공항 주차장이 렌터카 때문에 심한 주차난을 앓고 있다. 심지어 장애인 주차공간까지 차지하는 등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김대생 기자>
제주국제공항 여객주차장이 ‘렌터카’에 점령당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주말과 평일 구분 없이 제주공항 여객주차장은 연일 포화상태가 되고 있다. 30일 오전에는 한때 주차장 입구가 봉쇄되기도 했다.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면 30분이나 걸린다. 때문에 공사직원과 이용객간에 갈등장면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내국인 면세점 공사로 인해 도착장에서 짐 찾느라 고생한 제주 관광객. 제주공항을 벗어나면서까지도 짜증나는 관광길에 오르고 있다.

▷실태=공항 청사 앞 여객주차장의 최대주차 대수는 585대. 관광객이 밀려든 지난주부터는 95% 이상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이 중 렌터카는 50∼60% 정도인 300여대까지 불어났다.

실제 20여개 렌터카 회사들이 차량을 상시 주차시켜 놓고 있다.

현재 7곳에 주차구역 가운데 청사와 가까운 3곳이 렌터카 전용주차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렌터카 이용객 증가로 공항청사 주변 혼잡사태가 빚어지면서 96년부터 공항공사측은 렌터카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렌터카들을 주차장 내로 유도했다. 96년 1곳이던 전용공간이 현재 3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렌터카 업체가 급증하면서 지정구역 외의 공간을 이용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관광객이 급증하는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공항 내 불법주차를 초래하는 한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난장판이 따로 없다=렌터카 업체들은 ‘제주관광의 발’역할을 하고 있어 주차요금만 지불하면 최대한 이용객 편의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렌터카 업체들의 행태는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 장애인 주차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다반사다. 주차장내 쓰레기 무단투기로 인해 2시간마다 청소용역직원들이 이를 치우느라 애를 먹고 있다. 주차공간을 선점하느라 2∼4대의 주차면에 걸쳐 세우는 편법행위가 만연돼 있다.

공항공사는 렌터카대여조합 등을 통해 여객청사 옆 직원주차장을 이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한 군데 업체를 제외하고는 이를 따르는 업체가 없다.

거기다 ‘공항사무실’이라는 간판을 내건 렌터카 업체까지 생겨났다. 일부업체는 버스차량 내에 책상까지 비치해 사실상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현행 ‘주차장법’이 제한하고 있는 ‘주차장 외의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소지가 많은 실정이다.

특히 주차요금도 렌터카 회사측이 아닌 렌터카 이용객들이 제주공항을 빠져나가면서 대신 지불하고 있다.

▷대책 없나=공항공사는 지금의 2배 수준인 주말요금 할증제 등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지만 이는 일반 이용객들에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차장 공간확보가 시급하지만 현재 제주공항시설 조건에서는 마땅치가 않다는 게 공사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부족하지만 제주시와 공항공사와 협의를 통해 공항 인근 제주시 공영주차장과의 연계 방안의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제주공항 내 유휴지역 등을 확보해 렌터카 등 전용 주차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공항공사 제주지사 관계자는 “불법 소지가 있는 일부 업체의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경찰과 제주시에 단속을 요청했다”며“공항직원 주차장 공간을 다른 곳으로 옮겨 이 곳을 렌터카 전용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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