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격파동에 시달려야 했던 농가들이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땅한 대체작물도 없거니와 설령 대체작물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이 역시 과잉생산으로 연쇄 파동만을 야기할 뿐으로 ‘그럴 바엔 아예 땅을 놀리겠다’는 절망에 빠진 농가들이 점차 늘어만 가고 있다.

 5일 농협제주지역본부가 현재 파종중이거나 준비중인 월동채소류 재배면적을 조사한 결과 당근 양파 무 배추 등 모든 작물 재배면적이 현격히 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이 지난해 2647㏊에 9만7000t이 생산돼 가격 파동을 겪었던 당근 올해 재배면적을 조사한 결과 2450㏊로 전년보다 7.44%가 줄었으며 조생양파도 재배의향 조사결과 지난해 810㏊에서 올해는 617㏊로 23%나 감소했다.

 지난해 밭은 뒤엎는 등 한바탕 난리를 쳤던 무는 413㏊에서 350㏊로, 배추는 393㏊에서 340㏊로 각각 15.25·13.48%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으나 대체작물 재배면적은 늘지 않아 월동채소류의 순 감소 현상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는 북제주군처럼 밭농업직접지불제를 실시, 양배추와 당근 재배를 콩과 메밀 등으로 전작을 유도한 것도 한 원인이나 이는 전체적으로 83㏊에 불과해 농가 스스로가 자포자기 상태에서 재배면적을 줄여나가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한 동안 유망 작물로 각광받아 왔던 마늘조차 내년부터 수입이 완전 자유화돼 농가들로써는 더 이상 무엇을 심어야 할 지 자신이 없는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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